대립하는 두개의 축제
본래 덕수궁 찍으려고 했다.
시청역을 나오자 마자 경찰 대원들이 우르르 출동하는 걸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따라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퀴어 퍼레이드와 맞불집회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본 축제 참여자들은 구성원이 매우 다양했다.
대체로 나이대는 2030이었지만, 외국인도 많았다.
분위기와 복장도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다.
'와! 저거 찍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재밌는 퀴어 퍼레이드의 특색이 드러나는 복장도 있었다.
할로윈의 이태원 홍대 클럽 거리 같았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은 대한민국에서는 공격당하기 쉬운 포지션이다.
때문에 누구인지 특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진은 최대한 안 찍으려 했다.
실제로 그냥 깃발 찍으려고 카메라 든 걸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축제 참여자 분도 있었다.
한국에서의 성소수자는 '나는 나다. 특별하거나 이상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걸 애써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
그 증명에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자기 존재와 정체성을 두고 반대한다느니 찬성한다느니 떠들어대고 있으니 가당키나 할까.
상당히 피곤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런 설움을 즐거움으로 승화하려한다.
기독교 집안 출신인지라 간간히 들려오는 CCM이 반가웠다.
맞불집회니 뭐니 하지만 잘 살펴보면 북과 장구를 치며 CCM과 찬송가 틀고 춤추고 있다.
마찬가지로 축제 분위기였다(여러가지 의미로).
1호선에서 생기없이 앉아있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북치고 장구치는 걸 보니까 활력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자, 피디, 경찰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