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 - 초보 낚시꾼 이야기

초보와 고수의 차이

by 카프

요즘 유행하는 루어 낚시를 배워 볼 요량으로 낚싯대 하나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가장 가성비 좋다는 것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구매했는데 가짜미끼에 물고기가 문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어디로 가서 첫 캐스팅을 해 보나 궁리를 하며 주말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 토요일이 되니 날씨가 요상해진다.

아침에 햇볕이 잠시 나는가 싶더니 이내 바람이 거세지고

비까지 뿌리기 시작한다.

형에게 빌려준 장비도 챙길 겸 바닷가에 있는 형 집에 들렀더니 형은 먼저 가서 해보고 고기가 잡히면 전화를 하라고 한다.

'날씨도 이러니 멀리는 못 가겠고 어디 가까운 데 가서 한번 던져 보고 가야겠다

비가 오니 다리 밑이 가장 좋지 않을까?.'

가장 가까운 부산대교 아래가 입질이 좋다고 까페 회원들이 올리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네비를 찍고 따라가다 보니 이상한 쪽으로 계속 가는 느낌이었다. U턴이 나오면 차를 돌리려고 했는데 신호가 없어서 가다 보니 부산항대교 톨게이트까지 가고 말았다. 부산대교를 찍는다는 게 부산항대교로 잘못 찍은 것이었다.

이 다리를 건너버리면 바다건너편 저쪽 만으로 연결된다.

매표소 직원에게 돌리는 데가 없냐니까 요금내고 끝까지 가서는 다리를 다시 타고 오는 게 제일 빠르단다.

왕복 도로비까지 물고 부산대교 아래에 겨우 도착했는데

물이 생각보다 깨끗하진 않아서 낚싯대를 던지기가 망설여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바람은 자꾸 더 거세져 가서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려니 다리 왕복요금 3400원 낸 게 아까와졌다.

'도로비까지 냈는데 한번 던져는 보고는 가야지 그래도.

여기선 도저히 안 되겠고 부근 항만을 찾아보자.'

10여 분만 더 가면 유튜브에 자주 올라오는 항구 포인트가 있다.

차를 몰고 영도(섬) 안쪽으로 더 달렸다.

포인트 부근에는 도착은 했는데 영상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바다 쪽 길목마다 출입금지 펜스가 쳐져 있었고 항구 쪽으로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몇 바퀴를 돌다가 또 생각해 보니 여기서 이러고 있느니 섬 뒤쪽 방파제로 가서

편안하게 하는 게 더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거기까지는 20분이면 돼.

거기 가서 오늘 실수들을 한방에 만회해 보자.'

방파제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고 굽이굽이 도로는 굴곡이 심했다.

겨우 도착해서 보니 아까보다 바람이 더 거세고, 빗줄기도

굵어졌다. 일몰 시간이 되어 주변도 어둑어둑 해져갔다.

대충 챙겨서 낚싯대를 던져봤지만 별 반응이 없다.

몇 번을 던지다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미끼 탓인 것 같다.

'가짜 미끼보단 그래도 지렁이가 낫지 않을까.'

주차장 앞 낚시점을 보니 불이 켜져 있었다.

"이 날씨에 낚시하려고요? 한통 5천 원입니다."

육지에서는 3천 원인데 너무 비싸게 부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 마리는 잡고 가야지.’

얼른 한통사서 다시 던지자 갑자기 후드득하고 입질이 왔다. 몇 번을 그랬는데 바늘에 걸지를 못했다.

잡을 명분은 더 커졌는데, 입질까지 받았는데...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이제 주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한 놈은 잡고 간다. 아무래도 낚시 바늘이 너무 큰 거 같은데.'

그런데 바들통을 뒤져보니 큰바늘은 가지고 왔는데 작은 바늘이 없다.

다시 낚시점 쪽을 보니 불이 꺼져있다.

낚시점 주인도 손님이 더 이상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닫은 모양이었다.


지렁이까지 샀는데 이대로 갈 수는....

비바람에 속에서 몇 번 망설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자

본전 생각이고 뭐고 따뜻한 방이 너무 그리워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낚시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누군가의 글이 생각났다.

좋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지 마음만 앞서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날은 쉬면서 서두르지 않고 좋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 진짜 고수들이다

예전에 주식매매 고수 한분이 하루는 갑자기 매매를 하지 않고 컴퓨터를 끄고 놀러 가는 것을 봤다.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장이 너 무안 좋아 먹을 게 없다며

종목이야 내일도 모레도 나오고 장은 항상 열리는데 승률이 낮은 자리에서 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기를 잘 잡아서, 매매를 잘해서 고수가 아니고 잘할 수 있는 때와 장소를 기다려서 승률이 높은 싸움만 하기에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

냉장고에 남은 지렁이 한통이 그대로 있다.

요번 일요일 날씨는 어떨까?

또 본전생각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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