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는 연습

가지고 있긴 한 걸까?

by 나원

"요구를 버리는 것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일이다. 어떤 영역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면 마음이 묘하게 편해진다. 젊거나 늘씬해지려고 애쓰기를 포기하는 날은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는 말한다. '다행이야! 그런 환상들은 이제 사라졌어.' 자아에 더해지는 모든 것은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부담이기도 하다."


위의 글은 알랭드 보통의 '불안'에 나오는 글이다.

기존의 보아왔던 책들은 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달라져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뭔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내가 속한 영역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재능과 기술을 뽐내며 나아가고 있었고, 그들의 약진을 바라보는 나는 조금씩 떠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에게도 그들이 갖지 않은 뭔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막연한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는 비교적 단호한 마음이 든다.

내가 속한 영역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쿨하게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재능 있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고 재능도 없는 내가 그들 틈에 끼어있다는 사실이 무리였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요구를 버린다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가 비워내야 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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