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변함없는 것들
아빠는 떠났지만 나에게 남은 조각들.
아빠가 떠나고 5일째. 어느 정도의 예상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빠의 죽음이 5일째 접어들었다. 장례, 화장, 안장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처음으로 평일을 맞는다. 다른 날들과 아무런 다름이 없는 평일. 나는 일상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뛰고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고 밥을 먹는다. 일을 하고 아이들을 케어하고 sns도 하며 5일 전의 어떤 날과도 다르지 않은 여전히 변함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몸과 의식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내면 나는 아빠를 보낼 수 있는 것일까? '아닌데. 그렇게는 안될 것 같은데...' 이별의 과정은 1000피스 명작 그림의 시작처럼 어떤 것 인지도 모르게 난해했다. 감도 잡히지 않고 복잡했다. 그래서 해보기로 한다. 분명 달라지는 것, 내 마음과 생각, 행동들의 작은 기록. 작은 것이라도 적다 보면 조각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거기에 아빠가 있을 테고 그렇게 곱씹다 보면 '이렇게 보내서는 안 돼'란 마음이 놓아지지 않을까?
처음으로 일상으로 돌아온 아침은 전화를 받던 그 아침과의 데자뷔. 나는 같은 공간을 달리고 같은 거리, 같은 곳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뛰는 동안 특별히 슬픔이 밀려오지도 많은 생각이 쌓이지도 않았다. 그저 달렸고 내가 무엇을 떠올리는가만을 생각했다.
'이 지척의 공원을 아빠와 오붓이 걸은 적이 없구나. 안 닮았다 생각했지만 나도 여전히 무뚝뚝하고 데면데면한 딸이었어. 같이 산 시간이 더 거리를 두게 만들었지. 살갑고 웃기기도 했던 딸이었는데, 내 그림에 맞지 않는 아빠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구나. 이전과 같은 딸이었다면 아빠는 마냥 좋았을까? 결국 그것이 아빠와 나 서로에게 진짜 좋은 것이었을까?' 어느 정도 물음에 대한 답을 감지한다. '아닐 테지... 아닐 테지... , 놀랄 만큼 실망하고 혼자 만든 환상이 깨져버렸지만 그게 있는 그대로의 내 아빠였어. 그렇게 있는 그대로를 편히 받아들이고 떠날 수 있는 것도 다행인 거 같아.' 스트레칭을 하던 순간 울렸던 전화기를 바라본다. 전화는 오지 않고 내 머리와 마음에서 묻고 답하는 이야기들이 깊은숨을 쉬게 한다. '후'하는 날 숨에 잠시 눈물이 찬다. 신나게 달리던, 달리고 난 후 함박웃음을 짓던 나는 지금은 잘 안된다. 그렇게 하기엔 '안될 것' 같다는 마음과 어색함이 있다, 될 때를 기다려보자. 내일은 아빠가 어떻게 찾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