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란 말이 매우 낯설다. 감으론 알겠는데 설명하라 하면 뾰족하게 짚어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 사전적 의미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 하는데... 음.. 더 모르겠다.^^
가만있자, 언제 들었었나? 취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는지 떠올려본다.
"어떤 걸 좋아하세요?"
제일 많이 상상되는 곳은 '속옷가게'. 속옷은 한 가게에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이 함께 있기에 주춤거리다 보면 누군가 쓰윽 다가와 말을 건다. 점원의 눈 빛을 뒤로하고 뇌를 한 번 쓱 훑고 나면 트이는 말.
"레이스 쪽은 아니고요. 심플하고 단순한 거.. 면소재요, 기본에 충실한... 그런 스타일"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평소 스타일과 성향, 음식의 취향까지 떠올리다 보면 유추되는 것들이 있다.
음~ '그 사람이 능히 좋아하는 것, 선호하고 먼저 선택하는 것'이 '취향'이 되겠구나!
그럼 나로 돌아가보자. 옷은 외형적으로 나를 가장 많이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니 수많은 옷이 진열된 곳에 있다면 나는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할까?
색은 무채색 계열, 부드러운 촉감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좋다. 대놓고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 재야의 고수처럼 소수만이 '독특한데?'라고 알아볼 수 있는, 그 옷 만이 가진 독자적인 멋이 베인 옷이 좋다.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함, 옷의 기본 목적과도 부합하며 거기에 가격까지 합리적이다면~ 바로 초이스!
옷 한 벌에서 드러난 취향의 단어들은 단정함, 부드러움, 독특함, 깔끔함, 기본, 합리적이다. 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취향은 옷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택하는 다양한 물건, 무언가를 결정할 때의 기준, 중요시 생각하는 가치 판단까지 나를 이루는 많은 것들에 포함되어 있다.
무채색의 심플하지만 독특함이 있는 옷,
직접 손으로 조립한 나무 소재의 자연스러운 가구들,
화려하지 않은 심심한 산채정식,
내 손으로 만드는 유일무이한 소품들,
곳곳의 따스한 노란 불 빛,
겉 멋없이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
나의 취향이 담긴 여러 가지 것들에 속속들이 자리 잡은 것이 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나만의 것,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한 훅이 있는 것.
독특함
왜 그것이 가장 중요할까?
카페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쓰일 대형리스를 내 손으로 만든다. 많은 돈을 주면 살 수도 있지만 만드는 걸 좋아하고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내 손으로 만든다. 뒷 산을 헤집으며 리스틀이 될 가지를 꺾고 틀을 만들어 건조한 후 예쁘게 장식될 빨간 열매를 골라 감고 전구도 감아준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대중적인 리스이지만 붉은 열매와 전구로만 가득한 대형리스는 매우 드물고 독특하다. 그래서 사람의 눈길을 끌고 감탄을 일으킨다. 거기에 제작비 이야기가 얹히면 세상 대단한 리스가 된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리스, 그 '독특함'을 통해 나는 나를 드러낸다. 기본에 충실한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숨은 나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저는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독특함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그 안엔 진심으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인정이 중요한, 성숙해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나에게 '독특함'은 여전한 취향이다. 만약 내일 코트를 한 벌 사라고 하면 따듯하고 너무 비싸지 않은 코트지만 분명히 묘한 '독특함'이 있는 코트를 고를 것이다. 그걸 통해 말하고픈게 있으니까. 나이 먹으면 꽃이 좋아진다는 것처럼 살다가 취향이 바뀌면 또 열심히 집요하게 들여다보련다. 바뀌는 취향이 나이 탓이라 부정하지 않고 쿨하게 인정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