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시작, 긍정, 밝음, 여유, 희망, 안정, 고요, 만족, 차분함, 에너지 등이다. 더 찾으면 있을 법도 한데 전반적인 것들이 모두 긍정이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기회가 있는 아침, 긍정의 싸인이 가득한 아침이 좋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직 가족들이 깨지 않은 이른 아침, 아무 간섭 없이 나만을 위해서 보내는 1~2시간 정도의 '새벽'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그 시간만큼은 누군가 뒤에 나를 두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더 궁금해하고 내키는 대로 해보며 나에 대해 파고든다.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일, 지나온 새벽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나를 덕질해 왔다.
처음부터 아침이 좋았을까? 아니다. '어찌해야 하나?, 뭘 해야 하나?'막막함이 가득했던 젊은 날의 밤은 부족함과 잘못에서 숨어들던 안전지대, 막 잠든 아이를 뒤로 하고 영화와 맥주 한 캔으로 내 시간을 갖던 밤은 끝나지 않을 축제의 밤이었다. 같은 시간이 시기마다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나 한 사람에게만 도 이러한데 다른 이에게서는 어떠할까?
밤에서 새벽으로의 이동은 '잘 모르겠어서, 어떻게 좀 벗어나고 싶은', 무지에서 출발되었다.
첫새벽, '책'
커가는 아이들은 뭔가를 바꿔가는 것에 가장 큰 동력, '괜찮은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말로만 떠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흉내내기로 시작한다. 책 보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벽이란 시간에 가둬 먼저 내가 책 읽는 사람이 되어본다. 안 읽혀도 읽고 읽다가 '아하!'바보 도 트는 체험도 해보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시간에 한 권, 두 권... 점점 쌓여 1년에 50여 권까지, 새벽에만 읽던 책이 일상의 짬나는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들도 스멀스멀 뭐든 주워 들고 책 읽는 엄마 옆에 드러눕는다. '어머! 나 책 좋아하네~ 그렇게 됐네!'.
다음 새벽, '달리기'
괴로움에서 살아보려고 시작한 뜀박질이 즐거움과 성취가 되면서 소중한 새벽 시간을 넘본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뛰는 새벽의 매력이 책과 달리기 사이 한 동안 실랑이를 하게 했다. 결과는 달리기 승! 책은 틈나는 대로 읽게끔 되었으니 달리자! 겨울의 새벽은 좋으면서 두렵다. 머리에 렌턴을 달고도 저 멀리 보이는 공원의 어둠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가로등 훤한 대로로 돌아 서길 여러 번... 어둠이 그리 두려운지, 어두움 넘어 '그 무엇'에 대한 공포가 알기 전까지 이리도 물러서게 만드는 것을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알았다. 여름의 새벽은 승자의 느낌, 해가 뜨면 더위에 종일 져버리는 내가 그 아침 만은 의기양양하게 더위 위에 올라서니 별 것 아니지만 엄청 대단하고 잘해 내는 느낌이 하루를 살게 했다.
지금의 새벽, '자유'
새벽을 연 시간이 꽤 지나 지금은 말 그대로 자유롭다. 책을 읽는 날도, 뛰러 나가는 날도, 글을 쓰거나 '아무것도 모릅니다~' 중얼거리며 명상 아닌 명상을 하는 날도, 알고 싶은 걸 찾아보는 시간도... 해보고 싶은 것을 한다. 뭐든 해본다. 감사일기와 다이어리 기록처럼 매일 이어지는 반복도 있지만 새벽의 많은 것들은 흡족히 자유를 갖는다.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었다가 책을 좋아하게 됐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달리기의 맛도 알게 되었다. 글도 말로는 좋아한다면서 시작도 못하는 모지리였는데 계속 쓰니... 글을 쓴다. 별게 아닌데 내 글만 별거인 것처럼 느껴져 누가 볼까? 잘 쓰고 싶어 못 썼음을 알게 되니 이제 시작은 잘한다. 글을 쓰며 머리가 뒤죽박죽,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이 대부분이지만 그 괴로움이 그래도 나쁘지 않다.
자꾸 뭐든 해본다. 계속한다. '이게 도움이 되려나?' 스스로 괴롭혀도 보고 '닥치고 그냥 하자!' 무던함도 키워보니 그 와중에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음...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이건 그다지구나. 사랑이 아니라 인정이었구나... , 성공이란 나에게 이런 것이구나!
자꾸 나를 알아간다. 누구보다 안다 싶지만 알지 못했던 나하고 좀 친해진다. 새로운 모습들이 맘에 들 때도, '지금까지 위선이었냐?' 받아들여지지 않은 순간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보며 나와 주고받는 것들이 더 알게 한다.
힘을 빼고 리듬을 타며 달리면 42.195km 마라톤이 쉬 뛰어지기도 한다. 35km 넘어 힘든 구간이 꼭 오지만 리듬으로 축적한 체력이 정신을 붙들고 다시 육체가 정신을 일으켜 도파민 터지는 완주에 다다르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나누어 보고 사랑과 익숙함을 분별하고 못하는 것과 부족함 어느 것에 가까운지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선명히 바라볼 수 있다면 삶에 가벼운 리듬을 타지 않을까? 알수록 다른 것이 느껴지고 또 다른 문이 열리기에 완전히 안다는 것은 없다. 어느 때의 아침이 불안에서 기회와 희망이 되었듯 나란 사람도 끊임없이 변하고 모양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덕질 또한 끝이 없다. 성덕이 되는 매 순간을 향해 꾸준히 호감 속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