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리뷰에 있어 여행집까지 쓴다. 흔히 말하는 하루키홀릭인란 걸까. 내용은 술술 읽히고 머릿속에는 마치 내가 간 듯한 느낌이 들만큼 재미있는 여행기다. 나도 꼭 이정도로 쓸 수 있기를. 그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에세이를 통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살고 행동하는지 알 수 있다면, 여행 에세이를 통해 여행을 하고 외국에서 생활할 때 무엇을 눈여겨 보고 느끼고 즐기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루키의 무수한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달리기, 맥주, 고양이 그리고 조금 묘하게 엉뚱한 문화. 노래도 재즈를 좋아한다. 이는 감히 갖다 붙이자면 나랑 약간 비슷한 면을 알 수 있어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일정한 리듬에 엇박을 넣은 음악을 좋아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지만 은근히 다른 사건과 일, 생각이 든 하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좋아한건 고등학생때부터다. 그때부터 벌써 직장을 때려치고 오토바이 한 대로 남미를 투어한 젊은 중년 남성, 자전거로 남미를 투어한 외국인 남편을 둔 신혼부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세계일주에 도전한 어느 용감한 아가씨, 아직 한국에게 생소하던 아프리카를 투어한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해외 여행기를 읽으며 답답했던 내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고 일탈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도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꿈이자 목표를 가졌다. 하지만 아직 모두 실천은 못 했다. 전세계 투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다, 평생에 걸쳐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면 한국도 제대로 다 못 가봤으니. 다만 여행을 할 때면 가끔 매일을 기록해놓은 적이 있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 홀로 스페인에 9박 10일 여행을 가서 매일 기록을 했으나 중간에 멈춰버렸다.(바르셀로나 해변 클럽을 너무 자주 가버려 지쳐버렸다) 다만 프랑스 파리/노르망디 여행, 영국 런던 여행을 하면서 틈틈이 여행기를 적었다. 어딜 갔고, 뭘 먹었고, 무엇을 보았는지 때론 간단하게, 때론 어떻게 느꼈는지 길게 적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사진을 다시 볼 때보다,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는게 더 생생하다. 그때 무엇을 먹었고, 보았고, 느꼈는지 글로서 더욱 와닿았다. 난 어쩔 수 없는 활자형 인간인가보다. 그런 의미에서 틈틈이 글을 쓰고, 떠오르는 잡생각을 짬짬이 굴려 부풀리고 있다. 훈련이자 내 삶을 더 생생하고 풍요롭게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이쪽으로는 일명 ‘도사’다. 보통 일상을 살면서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여행을 가면 여행기를 쓰고, 작업 중에 짬짬이 단편 소설을 쓰고, 때로는 길게 일년에 걸쳐 장편 소설을 쓰기도 하는 말그대로 왕성한 소설가다. 난 그의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와 창의력보다는 꾸준히 글을 쓰는 체력과 정신력이 더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도 밝혔듯 강한 체력이야말로 소설가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고 했다. 꾸준한 반복을 잊지 않는 일. 새삼스레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난 뒤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