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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Jul 17. 2018

브레이크 없는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

말로만 듣던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

와이 콤비네이터. Why Y Combinator?


스타트업에 관심 있다면 혹은 종사하고 있다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와이 콤비네이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중 하나다. 아니 단연 최고다. 액셀러레이터란 거칠게 요약하자면, 초기 스타트업 혹은 더 큰 성장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돕는 기관으로 관련 교육부터 커뮤니티 조성 그리고 투자까지 도와주는 기관이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성장에 액셀을 밟아주는 곳이다.


그런데 왜 와이 콤비네이터가 독보적인 세계 최고 액셀러레이터 기관일까? 들어가기 힘들고, 들어가고 난 뒤 소속되는 커뮤니티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스타트업계의 하버드라 불린다. (미국에서 창업하려면 하버드, 스탠퍼드 아니면 와이 콤비네이터를 나와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라고 한다) 이 기관에 속했던 스타트업으로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이 있기 때문에 유명한 걸까?


결과는 당연하다. 그들은 원래 최고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 등 유수 유니콘 스타트업이 와이 콤비네이터에 들어가려고 했던 이유는 그들이 최고였고, 최고이길 바랬기 때문이다. 와이 콤비네이터는 깐깐한 절차와 경쟁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서류 지원 후 주고받는 이메일 문답, 그리고 최소 1~2번은 거치는 면접 과정을 통해 떨어진 기업도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뭔가 느껴진다. 그들은 보통을 최고로 키우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단지, 최고를 알아본다. 그리고 최고끼리 만나게 해주고 뭉친다.


와이 콤비네이터, 생각보다 해주는 건 없다?


이 책은 6명의 한국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와이 콤비네이터에 갔다 온 후 인터뷰를 다루고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선배이자, 와이 콤비네이터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말한다. 생각보다 기관에서 정해준 프로그램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그마저도 필수 참석이 아니다. 꼭 갈지 몰라보면 "Do your job"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니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하란 거다.


앞서 말했듯 와이 콤비네이터는 아무 스타트업이나 뽑지 않는다. 이미 최고거나 최고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조언, 자원을 제공할뿐이다. 어떻게 보면 철학이나 인생과도 같다. 살다 보면 이 일도 저 일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데 막상 하기로 했던 일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많다. 스타트업도 그렇다는 걸 멘토들은 잘 안다. 막상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스타트업이 성장과 변화를 겪으며 흐지부지 혹은 본질을 망각한다는 것이다.


와이 콤비네이터는 '우리가 최고의 창업자 커뮤니티, 선배들과 교류, 모임, 그리고 마지막 투자 론칭까지 도와줄게 그사이 너흰 본질에 집중해.'라는 식이다. 뭘 하든 묻는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라." "본질에 집중해라." "지금 해야 할 일이 맞냐?"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 일도 바쁘고, 저 일도 해결해야 할 것 같고, 돈도 얻어야겠고 복잡하다. 그런 그들에게 알겠으니 닥치고 핵심에 충실하라고 한다.


항상 핵심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실 스타트업계 소식이나 앞선 YC 출신 한국 창업가의 창업 정보보다는 핵심에 충실한 태도다. (갑자기 뜬금없으려나...) 사람은 살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순간이 온다. 생각해보면 내가 하려 했던 일은 이게 아닐 수도 있다. 방향을 놓치고 본질을 망각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도움은 선배나 멘토의 명료한 피드백이다.


와이 콤비네이터는 잘 알고 있다. 창업자들이 코흘리개도 아니고, 멋 모르는 철부지도 아니란 사실을. 한 명 한 명 모두 각자의 비전과 솔루션을 들고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나선 멋진 사람들이란 걸. 이미 최고라는 것을. 그래서 와이 콤비네이터는 최고가 최고일 수 있도록 돕는다. 최고끼리의 장을 마련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핵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그렇게 또 최고끼리 뭉친다.


밑줄 친 구절


YC에 들어가는 것은 마치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하버드를 나왔다"고 하면 다시 보게 되는 것처럼, 스타트업 세계에서 "YC를 나왔다"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기술 혁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 방법의 혁신, 일하는 방법의 혁신이 있었기에 혁신 지대로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YC의 생각은 이렇다. "너희가 지금 두 명밖에 없는 회사고 제품도 없지만, 일단 우리 네트워크에 들어왔으니 기업 가치가 최소 1000만 달러는 된다."


파트너 그룹이 누구든 핵심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YC는 스타트업을 괴롭히지 않는다. 소위 톱클래스라고 불리는 학교의 교육법을 보면 선생님이 이것저것 시키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습하지 않나. YC도 마찬가지다. 장소 제공도 안해주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만나지, 누가 참석했는지 체크도 안 한다. (중략) YC는 창업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한다.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자원, 조언을 제공한다. 이 점이 최고 액셀러레이터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스타트업을 교육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액셀러레이터인지 교육 기관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에 반해 YC는 자기 사업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뽑고, 그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자원, 조언을 제공한다.


실리콘밸리 문화가 그런 식이다. 문제 정의를 길게 하면 안 좋아한다. 간결하게, 정확하게 답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핵심 사안을 파악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프로그램 자체는 별거 없구나. 투스데이 디너만 하네'싶지만 그게 YC 스타일이다. 사업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게 만든다.


YC의 핵심 철학이 "Make something people want"이다. 사람들이 원하는걸 만들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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