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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Apr 29. 2024

가난해지는 태도와 마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을 보고 나서

지난 주말부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일: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을 보고 있다. 정주행 하기 좋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추천받아 보는데, 구성이 매우 흥미롭다. 


1편은 서비스업 종사자의 이야기다. 출장 요양보호사, 뉴욕 맨해튼의 고급 호텔인 '피에르 호텔'의 청소부, AI 운전 스타트업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나온다. 그들이 하는 말, 가치관, 일상을 보여주며 버락 오바마의 신뢰감 있는 굵은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짧게 직접 인터뷰하기도.


'오, 산업별로 다양한 직업이 나오는 건가?'라고 예상했는데, 이 예상을 뛰어넘는 더욱 흥미로운 구성으로 시리즈가 연계된다.


2편은 1편에 나왔던 사업장의 관리자들이 나온다. 출장 요양 업체의 매니저, 호텔의 중간 관리자(컨시어지 서비스), AI 운전 스타트업 매니저들이다. 그다음 3편에는 사장/디렉터급이 나온다. 출장 요양 협회의 로비스트, 호텔 총 지배인, AI 운전 엔지니어 디렉터들이 나오며, 4편은 사업의 소유주가 나온다. 뉴욕 피에르 호텔의 소유주는 인도 타타그룹의 재벌 총수였다. 


각자의 삶과 커리어 패스, 그리고 가치관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처지와 현재 받는 시급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자신의 일이 회사를 대표한다는 생각, 나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는 부분까지 다양하다. 


난 다른 교훈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가난해기 쉬운 마음과 태도'였다. 첫 번째 에피소드 출장 요양 보호사 내용에서 한 신입 직원과 인터뷰하고,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근 첫날부터 아이폰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현장에서 출근 보고를 하지 못했다. 첫날에 미리 안내하러 온 상사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고객의 집에서 급히 충전을 하고 정신없이 보고했다. 업무를 마칠 즘 고객이었던 독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한다. 


"언제든 필요하면 말씀 주세요. 어머니처럼 모실 거예요. 오... 추가로 돈 안 내셔도 됩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요."


그녀의 선한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난 저 대화 장면을 보며 저런 태도와 생각이 스스로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 시스템 속에서는 내 노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고, 그 가치에 대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내가 요양 보호를 제공하는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확실히 해야 한다.


간혹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자영업자나 사회 초년생들이나, 특히 전업주부 생활을 오래 하다 일터에 복귀한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 선의가 함께 담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이에 대응하는 대가를 받아내기 어려워한다. '너와 나, 우리 좋자고 해주는 건데 이걸 돈 받기 좀 그렇잖아요'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당한 대가를 거절하거나 낮추기도 한다. (세일즈를 위한 작은 제스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태도와 마음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내 노동의 대가를 받아내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번역 프리랜서가 자신의 일에 정당한 시장 가격으로 대가를 받지 않고 선의로 헐값에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다른 프리랜서와 고객사들에게 시장 가치를 흔드는 피해를 끼치게 된다.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과 이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제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르게 받아내는 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기본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했던 출장 요양 보호사는 하루 출근하고는 그만둔 것으로 보였다. 인력 대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장면이 나왔기에 유추할 수 있다.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저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똑바르게 인지하지 못한 채 선의로만 제공하면 그 일을 하기 위한 동기와 동력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https://www.netflix.com/title/8113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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