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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May 03. 2024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서른 살이 넘으며 부쩍

서른 살이 넘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부쩍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나?'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학창시절부터 사귄 친구들이나 대학교 혹은 군대에서 만나 인연이 오래된 사람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면 가끔 나온다.


이 대화에서 주로 나오는 희망 회귀 나이는 17살 혹은 19살이다. '17살로 돌아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겠다', '19살로 돌아가 수능 원서를 새로 쓰거나 전공/대학을 바꿀 것이다'고 한다. 그다음 나이는 보통 24-5살 즈음이다. 다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면 지금의 경험치를 기반으로 더욱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모임에서 이 주제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즘 웹툰, 웹 소설 시장에서 왜 회귀물 시리즈가 유행인지 알 것 같았다. 회귀물은 '지금에서야 훤히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욕망을 자극한다.


그럼 나에게 누군가 넌 몇 살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하면 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는 딱히 없다고 대답한다. 사실 이렇게 대답하는 나라고 해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아쉽지 않은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련과 반성은 다르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믿으려 항상 노력한다. 지금 열심히 살아야 내가 바뀌고,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진다, 아무리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생각해도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지나간 세월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반성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순간들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작년 말에 지금까지 써온 내 일기장을 들춰보니  2015년에 네덜란드에서 쓴 일기장에 쓰여진 어느 재밌는 아이디어가 메모를 발견했다. 교환학생을 가서 다양한 외국인 또래를 만날 수 있으니 그들을 인터뷰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뭘 좋아하고, 미래에는 어떤 것을 그리는지 그리고 지금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내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이를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게재하여 모은 뒤 책이나 디지털 매거진 형태로 사람들과 나눠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유학생/교환학생들에게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ㅎㅎ)


나는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했을까?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영어가 짧다는 핑계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매일같이 파티를 즐기며 놀기 바쁘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실행하지 않았고 마음속에 묻어뒀다. 


지금 와서야 여행 에세이 책도 출간하고 글도 꾸준히 혼자 써보니 당시 아이디어는 실천하기 어렵지 않다고 느껴진다. 아니 오히려 달성하기 쉬우면서도 아주 매력적인 기회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난 이 아이디어를 실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다시 25살로 돌아가 과거를 바꿔 실현해보겠다는 미련보다는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으려 한다.


앞으로 지금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막상 실천하기 두렵거나 막막할 때면 내가 25살에 실천하지 못했던 매력적인 인터뷰 프로젝트를 떠오를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이유로 하지 못했구나'하고 40살의 내가 35살에 이 아이디어를 해보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짓을 반복하게 만들지 말자. 지금 바로 조금씩 실천해 보자고 의욕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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