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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Dec 10. 2024

이탈리아 여행 첫날, 귓불이 간지러울 정도의 설렘

2022.09.06 이탈리아 여행 Day 1 로마

2022년 9월 6일 오전 11시에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여, 같은 날 오후 4시 20분에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차가 더 느린 국가로 들어오는 첫날에는 왠지 비행기에서 시간을 조금 더 번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로마 떼르미니역으로 가는 공항 익스프레스 철도를 타며, 12시간 넘게 좁은 좌석에 앉아있느라 뻣뻣해진 무릎관절과 퉁퉁 부은 발을 풀어주었다. 이제 이탈리아다. 로마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비행기 속 답답한 공기에 절여졌던 뇌가 깨고, 몽롱했던 정신이 더 맑아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내가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미디어나 책이나 다양한 콘텐츠에서 너무나 많이 다뤄진 여행지라 익숙하지만 올 때마다 늘 설레고 흥분된다. 떼르미니역에 도착하니 처음 로마에 왔었던 2015년 여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당시에는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깔끔하고 정비된 모습으로 날 반겨주었다. 떼르미니역에서 가까운 에어비앤비 숙소까지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힘이 넘쳤다. 로마 공기를 마실수록 에너지를 더 얻는 삼손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창문을 여니 위 사진과 같이 작고 오래된 공원이 한눈에 보였다. 비또리오 엠마누엘레 2세 공원이다. 아래로는 약간 더러운 특유의 왁자지껄한 로마 골목이 보였다. 비또리오 엠마누엘레 2세 공원은 오래된 동상과 유적지로 보이는 것이 혼재된 작은 공원이다. 약간 더럽고 마구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 행사도 자주 열리고 현지 주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도 가끔 산책을 하고, 아침이면 한 바퀴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아내를 보니 갑자기 내 귓불이 간지러웠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찌릿한 설렘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귓불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그래,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진동시키는 그 거대한 설렘 그 자체다.

짐을 풀고 숨을 돌리니 벌써 저녁이 다 되었다. 공항에 도착하고부터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8시간 빠른 동쪽의 국가에서 시간을 벌며 바쁘게 날아온 여행객에게 빚을 갚으라는 듯 시간은 8배속으로 지나갔다. 숙소 근처를 돌아보며 가벼운 군것질과 눈요기를 했다. 마트에 들러 앞으로 내가 먹어치울 파스타들을 호기롭게 대치해 보기도 하고, 로마의 안방주인과도 같은 콜로세움에게 입국 신고를 하듯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탈리아야. 피아체레(Piacere)! 라는 말을 속으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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