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를 감상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최근에 갔다 왔으니 리뷰를 남겨본다. 이번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것으로 평소 건축전시회에 대해 생소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행사일 수 있다. 필자도 건알못이지만 평이 좋은 데다 초대권이 생겨 좋은 기회에 방문해보았다.
간략히 르 코르뷔지에를 설명하자면, 그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며 처음으로 현대 건축 5 원칙을 정립하였다.
현대 건축 5원칙이란?
1. 필로티(우리나라로 치면 일층, 건축 지면을 땅에서 떨어뜨려놓는다. 일층을 빈 상태로 만든다.)
2. 자유로운 파사드(철근 기둥으로 바닥을 지탱하면서 어느 면이든 창문과 문을 낼 수 있다.)
3. 자유로운 평면 (바닥에 기둥을 놓고 띄움과 동시에 건물은 널찍한 평면을 얻는다. 자유자재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4. 가로로 긴 창(건물에서 파노라마 풍광을 즐김과 동시에 햇빛과 친해질 수 있다.)
5. 옥상정원 (기둥으로 건물을 지탱하고 일층을 비운 손실을 옥상정원을 통해 보완한다. 현대인의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재 관점에서는 그다지 놀라운 사고가 아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일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널찍한 평면을 활용한 건축물들이 생겨나고 있다. 놀라운 점은 르 코르뷔지에가 정립한 현대 건축 5원칙이 거의 90년 전에 생각해낸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그의 건축물들을 보면 전혀 90년 가까이 된 스타일이 아닌 최근에 지어진 건물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내용이 길어지고 필자의 식견도 짧으니 이것으로 마친다. 더 감명 깊었던 부분은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 자체였다. 감명 깊었던 부분을 3가지로 나눠 설명하겠다.
1. 전시회 구성이다. 건축과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 잘 모르는 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의 삶을 따라갈 수 있게 구성되었다. 보기 드물게 이번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에서는 배경음악을 틀어주는데, 그가 생전에 사랑했던 그리고 그의 장례식에 연주되었던 노래의 리스트라는 점이 포인트다. 그가 사랑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그의 삶을 훔쳐보는 방식이다. 전시순서는 그의 전성기와 주요 건물들 소개를 시작으로, 출생과 성장기, 말년 순이다. 주요 건축물과 그의 철학을 먼저 이해하고 건축 철학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복습하고 말년까지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지켰는지 배울 수 있다. 훌륭하게 구성된 전시 흐름과 빽빽하게 보여주는 그의 그림, 스케치도면, 편지 및 글은 전시회의 완성도를 높였다.
2. 전시회를 통해 그가 결코 천재가 아녔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위인들과 예술사에 업적을 남긴 이들이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믿는다. 현대 건축의 틀을 세운 현대 건축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천재적이고 감각적이라 당대의 비평가들에게 모진 악평을 받기도 한 그를 알고나면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분명 건축에 대한 재능을 가졌으나 그 재능을 그림과 자연을 관찰하고 묘사하면서 꾸준히 길러왔음을 알 수 있다. 독학으로 빚어냈기에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시각과 일하는 방법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독특한 시각과 훈련, 사고는 다른 건축가들과는 다른 세계를 열었던 열쇠였다. 또 그의 삶에는 항상 시련과 방황이 존재했다. 큰 무대에서 자기를 실험하고 키우기 위해 파리에 건축 사무소를 차렸으나 4년 동안 일이 없고 도산하였다. 르 코르뷔지에도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평범한 재능 있는 건축가였음을 알 수 있는 내력이다. 파리에서 그가 선생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자세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파리에 도착한 뒤로 저는 저 스스로 엄청난 공허감을 느끼고 이렇게 혼잣말을 하곤 해요. '불쌍한 친구!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게다가 더욱 한심한 건 네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저는 지금 엄청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스승 레플라트니에에게 보낸 편지-
다만 르 코르뷔지에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자연을 관찰하고 본질을 이해하고 그림으로 단련하였다. 본질과 시대를 보는 시각을 훈련하고 길렀으며 끊임없이 사색하였다. 항상 메모하는 사람으로 유명하였으며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현대건축의 5대 요소 정립은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3.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배웠다.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신념대로 꼿꼿이 살았던 위인이다. 마지막 말년에 살던 4평짜리 오두막을 전시회 내부에 재현했다. 현재 고시원과 같다고 볼 수 있는, 위대한 건축가에겐 협소하다고 여길 수 있는 집에서 그는 풍족히 살았다. 르 코르뷔지에는 단순한 본질에 충실한 건축을 그려왔고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 첫 후원자인 라 로슈는 건축을 의뢰하기 전에 르 코르뷔지에의 집에 방문하였다. 르 코르뷔지에 집 내부 요소 하나하나 모두 그의 철학과 고민이 녹아져 있었고 이를 안 라 로슈는 전적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믿기 시작했다. 르 코르뷔지에를 신뢰했던 라 로슈는 그의 엄청난 컬렉션과 빌라를 전부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얼마나 자신의 신념대로 집을 꾸며왔고 일생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그는 단순함과 자연과 어울리는 삶, 건축을 꿈꾸었고 실현하였다.
뺑소와 이본느 그리고 저 푸른 식물들 사이로 보이는 더 푸른 지중해 바다와 전 세상에서 부자인 듯 부족함이 없어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1955년 8월 31일-
나의 이 작은 집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어요. 왜냐하면, 모든 것이 하늘이고 빛, 공간 그리고 단순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르 코르뷔지에-
건알못 (건축을 알지 못하는) 필자도 감명 깊게 즐겼던 전시회 르 코르뷔지에. 현대건축의 아버지인 그의 삶을 지켜보고 이해하며, 건축 철학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고마운 전시회였다.
참! 지금 시간이 없다. 이 고마운 전시회가 3월 26일까지다. 르 코르뷔지에를 놓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