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아닌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댈 '정의란 무엇인가'의 후기다. 이미 출판 당시부터 유명한 책이라 좀 늦게 읽은 감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시기는 2012년 군대 진중문고였다. 진중문고는 국군 장병들을 위한 책 같은 것으로 뭐 그냥 군인 도서관 같은 개념이다. 그때는 첫 장만 읽고 소설에 밀려 잊혔는데 요즘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환기해보고자 사서 읽었다.
베스트셀러로 워낙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기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질 정도의 명성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나름 인터넷 조사를 해보니 유명한 이유는 1. 하버드대 교수라는 타이틀, 2. 그 하버드대에서 명강의를 하기로 유명, 3. 대한민국에 올바른 정의가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1,2번만 보았을 때 요즘 까이고 또 까이는 '서울대' 교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생각난다. 국내 최고 명문대 교수 타이틀과 그 명문대에서 명강의로 유명하다는 김난도 교수의 책. 뭐 이 책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냥 교차점이 생각나서.
본격적으로 책을 다뤄 보겠다.
마이클 샌댈 교수는 '정의'라는 아주 익숙하고 어려운 주제를 꺼내 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책을 집필한다. 강의를 통해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닌 쌍방향 질의응답을 이루어지는 토론을 바탕으로 저술하였다는 점을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재난 지역의 필수재 사재기부터 상이군인, 소수집단 우대, 낙태, 동성혼 등 현대 사회에 관련 깊은 사회적 이슈를 전부 다 아우르는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 쟁점들을 크게 공리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서사 및 연대주의로 나누어 보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책에서 빠진 내용은 아마 '정의란 무엇이다.'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지만 절대 정의란 무엇이다라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동성혼 찬성/반대 입장을 나누어 설명하고 각 입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나 사상을 불러온다. 그러면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철학으로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성찰을 이끌어내고 결국 나만의 철학적 주관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의견이 부족하다.라는 표현을 하지 그릇되었다는 표현은 아끼고 있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것.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이론과 사상도 주의 깊게 분석해보는 것. 이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결국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여기서 유대인의 마따호쉐프가 떠오른다)
후반부에서는 '정의와 사회적 이슈의 해답은 결정에 있지 않고 오히려 결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라고 설명한다. 열린 지성 토론, 모든 이론과 사상을 공부하며, 빈부격차 및 인종, 종교 등에 따른 차이를 가로지르는 의견교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흑인, 백인, 황인 등 현대 사회가 갈수록 간격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오히려 부딪치고 서로 겹치는 생활을 가져야 서로를 이해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부딪쳐야만 모두가 합의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를 수 있다.
이래저래 생각을 정리해봤는데 책의 내용은 이렇다. '철학자의 의견과 사상을 교육하는 뻔한 교수법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선례를 배우면서 모두 함께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정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난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찬성하냐? 그럼 그 이유는 뭐지? 왜 다른 사람은 반대할까? 누가 그랬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선대 철학자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함이라고. 그런 면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는 좋은 시발점이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