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무엇이든 쓰고 싶다.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 비밀이라 쓰여 있고 창작 재미라 읽는다.

by 까르도
읽어봐요. 읽어보면 재밌고 볼만해요. 그리고 창작의 비밀을 그만 파고, 노트북 전원을 키거나 굴러다니는 연필을 붙잡고 쓰게 되요. 정말로. 나 지금 쓰고 있잖아요? 내 마음대로.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빠질 수 없는 주제는 '글 잘 쓰는 법', '유명 소설가의 창작 노하우', '소설가가 된 계기 혹은 비법'일 것이다. 나도 소설 창작 인강을 듣고, 창작법 관련 책을 읽고, 하루키와 그외 수많은 소설가의 짧고 긴 에세이와 글을 읽었다. 너무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소설가 김중혁과 첫 만남은 '나는 농담이다'라는 소설이었다. 그전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일었고, 책 디자인이 너무 이뻐서 샀다. 술술 읽혔고, 우주를 약간 다룬, 스탠딩 코미디언의 이야기라 재밌게 읽었다. 중간중간 인상 깊은 구절도 있었고, 상상도 있었다.


그럼 '무엇이든 쓰게 된다'로 돌아와, 이 책은 뭘 이야기하고 있을까?


부제가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이라는데 이건 순 뻥이면서 순 참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소설가의 창작에 관한 에세이는 결코 아니다. 처음부터 당당하다.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아니, 난 글쓰기 위해 도구를 찾고 또 찾는다. 그리고 재미를 느낀다. 오히려 흥미롭다. 본인의 뚜럿한 취향과 만족. 필기구와 창작을 위한 애용품을 재밌게 소개한다. 창작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습작생이라면 당연히 느낄 '오, 이 소설가는 이걸 쓰기 때문에 글을 잘 쓰나?'하는 열등감 섞인 어이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도구들이 탐나보인다.


나머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그림 그리기에 관한 이야기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너 내키는대로 해라. 단, 쓰고 싶으면 일단 써라. 누가 '이런게 좋다. 저런게 좋다. 이래서는 안된다. 저래서는 안된다'하면 적당히 휘둘리라고 말한다. 김중혁 소설가는 당당하다. (요즘 당당한 사람이 좋다. 하루키도 그렇고, 이 분도 그렇고, 나도 당당해지련다, 죄송합니다 한데 묶일 수 있는게 아닌데)


잠깐,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창작의 비밀이 뭔데?


마지막에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에필로그에서 나온다. 소설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의 대목을 들고 왔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이보다 더한 걸로, 새하얀 캔버스 위에 가늘고 붉은 줄 하나를 세로로 찍 그어놓은 작품도 봤다. 헤어 실버맨에게 그 붉은 줄 그림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런 건 나도 하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안 했잖아."


주인공 레너드 피콕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얇고 희미한 붉은 줄 하나일 뿐이지만 그걸 긋는 것과 긋지 못한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난하기 쉽지만 선을 긋는 건 어렵다. 비꼬는 건 간단하지만, 첫 문장을 시작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김중혁은 모든 창작물과 창작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마지막에 밝힌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소설을 쓸 때마다 막막하고 괴로움을 느껴 본 사람으로서, 난 예비 창작자, 창작자를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 모든 시도를 응원한다고 전한다.


창작의 비밀은 일단 창작하는 데 있다.


유명 소설가들의 창작법과 소설 쓰는 노하우, 문예 창작 이론을 공부하고 읽는 건 오히려 쉽다. 하지만 직접 쓰기까지 그 막막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기는 어렵다. 나도 날 응원한다. 언젠가 멋진 글을 쓸 놈이니까. 그리고 나같은 분들, 나보다 시작 덜 한 분들, 나보다 훨씬 나아간 분들, 이미 저 멀리 고점에서 나를 내려다 볼 분들 모두 응원하고 사랑한다. 당신들의 창작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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