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SNS입니다, 아이 것이 아니라
아이를 갖고 여러 다짐을 했고 그중 하나는 아이 사진을 SNS에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가장 큰 것은 아이의 의사를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진 찍히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누군가 나를 찍으려고 렌즈를 통해 보는 것도 기피했고, 다른 친구 카메라에 찍힌 나를 일일이 검열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은 지워버렸을 정도다. 당연히 셀피도 찍지 않았고 솔직히 셀프 카메라 찍는 모습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조금 무뎌져 스냅 촬영도 해보고 예전처럼 사진 찍히는 것에 날을 세우지 않지만 사실 그렇게 즐기진 않는다. 역지사지로 아이 역시 나처럼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더군다나 부모 SNS에 버젓이 업로드되는 걸 싫어할 수 있다고 여긴다. 아이 정보가 노출돼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얼굴과 목소리 합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좀더 날을 세우자면, '내 새끼 나나 귀엽지'라는 모토 때문이다.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심지어 출산 후에도 그렇게 얘기하는 나는 솔직히 남의 애들에게 관심이 없다. 아역 배우 급으로 귀엽게 생기지 않은 이상 그냥 '아아 아기다', '으흠 어린이군' 이 정도지 아이라는 존재가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진 않다. 이건 내 새끼에게도 객관적으로 적용되는데 솔직히 말해 외모가 그렇게 뛰어난 아기는 아니다. 조카를 귀여워하는 친동생에게 그건 네 피가 4분의 1 정도 섞여 있어서 그런거야, 하고 말해주었을 정도다. 나처럼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텐데 구도나 옷만 약간씩 바뀌는 비슷비슷한 아이 사진을 줄줄이 보여주면 리액션하기에 고역일 것이다. 출산 후 만난 친구들이 너는 왜 SNS에 아기 사진을 안 올리냐며 어디 한 번 아기 사진 좀 보자, 라고 말하기 전까지 나는 아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좀 감질맛 나게 하는 장치로 아기 사진 딱 세 장만 보여주기도 했고, 효과가 좋았다.
내 SNS 프로필에 아이 사진을 올려놓는 것도 좀 웃기다. 나는 나이지 내 아이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출산한 또래들의 프로필이 거의 아이 사진인 점은 유감이다. 물론 좋아하는 연예인도 프로필로 삼는 마당에 자기 자식을 분신처럼 여길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촌들의 육아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친척이 나는 왜 아기 사진을 올리지 않냐는 질문에 '이건 제 SNS지 아이 것이 아니니까요' 하고 답했다. 이렇게 나의 싸가지 없음이 또 증명되었겠지.
육아를 하다 보면 내 일상은 온통 아이로 잠식되어 사진첩 역시 온통 아이 사진뿐이다. 누구 애가 더 귀여운가 자랑 배틀하는 카카오스토리나 육아스타그램은 그런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창구일 것이다. SNS로 진정한 소통이 되느냐는 또 별개 문제겠지만. (인스타그램에 뭔 팔이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솔직히 아이 얼굴 내걸고 물건 파는 거 좀 불편하다. 네 새끼 알아서 키우는 거이긴 하다만) 나 역시 어쨌든 내 새끼인지라 뭔가 특별해 보이고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 왜 없으랴. 내 기준에 귀엽게 나온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라도 잠깐 올리고픈 충동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위의 결심을 상기한다. 아이는 내가 아니고, 내 새끼 귀여운 건 내가 걔 엄마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