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위해 도파민 디톡스를 합니다
어느 날 밤, 함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던 남편이 말했다. 나는 여보처럼 아이에게 짜증내지 않을 것 같아. 아이와 육아에 관한 이야기 중이었는데, 심각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다소 빈정이 상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 나도 아무 집안일도 안 하고 애만 보면 짜증 안 날 것 같아.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상황은 그 행동 자체보다 그 이후 뒤처리가 곤란할 때다. 신발을 신고 집안을 돌아다닌다거나 기저귀에 손을 넣고 대변을 만진 후 장난감이나 소파를 만질 때 등. 위험한 일이 아니면 대체로 아이의 행동을 용인하는 편인데 그 뒤처리가 온전히 내 몫이다 보니 어떤 행위는 나를 열 받게 한다. 뒤치닥거리가 자기 몫이 아니라고 여기니 아이의 행동에 짜증을 내지 않을거라고 말하는 듯해서 심기가 불편했다.
어쨌든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건 사실이고 나는 원래 감정 기복이 심하기도 했다.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지닌 사람이 부럽기도 했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의 성격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곧 태도가 되고 마는 얄팍한 나일지라도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한 요즘 유행이 바로 '도파민 디톡스'였다.
도파민 디톡스로 감정 기복을 줄이고자, 널뛰는 감정의 진폭을 줄여보고자 실천해보기로 했다. 도파민 디톡스 리스트의 여러 항목 중 아이를 키우는 내가 지킬 만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하루에 7시간 이상 푹 자기
-맵고 짜고 단 음식 줄이기
-소설, 시 등 문학작품 읽기(전자책이 아닌)
-쇼츠&릴스 4개 이상 연달아 보지 않기
-휴대폰 보면서 걷지 않기
-잠들기 1시간 전부터 휴대폰 보지 않기
-하루 스크린타임 세 시간 이내 유지하기
-자기 전 10분간 눈 감고 명상하기
-공허할 땐 사람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
지구력이 다소 부족한 작심삼일의 나를 잘 알기에 그렇다면 3일에 한 번씩 새로이 마음을 먹는다. 일찍 일어나는 아이의 생활패턴에 맞춰 나도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고,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 잠들고마는 습관을 고쳤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읽으라는 조언에 따라 한국문화원 도서관에서 문학작품을 빌려 읽고 있다. 디톡스 항목 중 대부분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걸로 봐서 현대인의 뇌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도파민으로 절여지는 듯하다. 원래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고 다짐했던 터라 나의 스크린타임은 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이후로 SNS로 발생했다. 도파민 디톡스 이후로 숏폼 위주의 콘텐츠와 SNS 업로드를 멀리하고 있다.
그리고 작심삼일 다섯 번째 마음먹은 15일차, 도파민 디톡스의 효과(?)로 나의 일상은 좀 심심해졌고 삶이 뭔가 허전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공허할 땐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는 조언 역시 제시하는 게 아닐까. 한국이 아닌 외국이라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영상통화나 연락을 하며 버티게 되었다. 원래 삶은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흘러가고 명상을 하는 듯 조금 멍~한 시간도 생겼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에게 덜 짜증을 내는가? 드라마틱한 결과가 바로 나오진 않았다. 다만 엄마의 서툰 감정 표현과 짜증을 쉽고 빠르게 용서하고 망각하는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단순함에 맞춰 살아주겠노라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