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아일기

육아의 고통은 소리에서 나온다

by ama

아 왜 같은 말을 계속하게 하는 거야!


젓가락으로 상을 자꾸 치는 아이가 제 눈을 찌르든 누구 하나는 다치게 할 듯해서 젓가락을 뺏으며 말했다.

"조카야, 이모가 위험하다고 세 번째 말하고 있잖아?"

누가 들어도 짜증 섞인 내 말투에 사촌 언니가 나를 나무랐다. "야 애는 원래 그런 거야. 너도 그랬어."

아. 저는 아이와 친해질 수 없겠군요.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니 엄밀히 말해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나로선 오촌 조카들을 만나도 큰 감흥이 없었다. 지인의 아이를 만나도 으레 나올 법한 '어머 너무 귀엽다~'가 아닌 '아! 아기다!' 정도의 리액션만 나와서 상대의 기대를 저버릴까 눈치만 살폈다. 조금 커서 내게 말을 할 정도의 나이가 된 어린이들에게도 나는 그리 친절한 어른이 못 되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해서 무례한 외모 평가를 하거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으로 조마조마하게 했으니까.


친정엄마는 그런 내게 네 자식을 낳아 길러보면 달라질 거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도 틀릴 때가 있다. 나는 아이를 낳고도 다른 아이들이 크게 귀엽지 않았다. 심지어 내 자식도 예쁜지 몰랐고,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고 할 줄 아는 단어가 늘어나자 비로소 귀여운 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고자 하는 나의 먹물 근성, 학자 타입의 면모를 발휘해 보자면, 나는 소리 때문에 육아가 괴롭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기 울음소리는 너무나 듣기 싫다. 울음소리를 해석하는 어플도 있다지만 대체로 예측, 통제 불가능한 아이 울음은 나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했다. 그 울음소리가 말소리로 치환되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몇 번이나 반복하는 말을 듣노라면 때론 귀를 막고 싶을 때가 있다. 원인을 규명했으나 해결책이 없음이 나를 곤란하게 한다.


아이의 말소리는 분명 귀엽긴 한데, 때때로 괴롭다. 새벽에 눈을 떠 잠들기 전까지 떠드는 아이. 좀 조용히 살고 싶지만 아이는 협조해주지 않는다. 친정 엄마나 남편과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는 자기에게 관심을 집중하라는 듯 "아니!! 이거는~~" 끼어들기 일쑤다. **야 엄마 말 좀 하자. 말 욕심이 있는 나는 입이 트인 아이와 입씨름을 하고 만다. 그리고 한 번 말한 건 또 말하지 않게 하는 남편과 달리 아이는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한다. 그게 나를 열받게 만든다. 감정 섞지 않고 드라이하게 말하고 싶은데 나도 인간인지라 말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크레셴도로 격앙되는 화가 섞이게 된다. 엄마가 이거 몇 번 말했지! 하고 말이다.


아이가 등원한 후 찾아오는 집 안의 고요를 좋아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 그런 상태를 잠시 즐긴다. 시차가 있는 라디오를 틀고 멍하니 말소리와 음악을 듣거나 대화의 티키타카가 가능한 어른,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게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아이의 언어 체계, 아이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나도 성숙해지는 면이 있다. 아이의 울음소리, 떼쓰며 징징대는 소리, 고함치는 소리에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이는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적용된다. 공공장소에서 데시벨을 높이는 아이들을 미워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짐작하고 아이를 달래는 부모를 안쓰러워하며 역지사지를 배운다. 나도 아이였던 시기를 지나왔고 그런 나를 봐주고 견뎌준 어른들이 있었듯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욕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