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플 수도 없다
가족행사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남편은 행사 날짜에 맞춰 연차를 내기로 해서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가야 했다.
비행기에서 아이에게 줄 간식을 챙기고, 집중해 갖고 놀 만한 장난감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디어를 몇 편 다운로드했다. (36개월까지 미디어 노출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아이와 함께 11시간 비행을 준비하는데 내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공항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아이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1년 하고도 두 달 만에 가는 한국, 그동안 아이만 병원을 가지 않았던 게 아니라 건강 체질인 나 역시 크게 아프지 않았다. 준비가 무색하게 아이는 이륙 후 잠들었지만 아이만 혼자 둘 수 없어서 화장실도 한 번 못 갔다. (심지어 친정 엄마가 화장실은 어떻게 갔냐고 물어서 뒤늦게 깨달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일까, 마중 나온 동생네 차에 타니 잠이 쏟아지면서 몸살이 시작되었다. 편도가 붓고 열이 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가 귀찮다.
가만히 누워 있고 싶다.
하지만 아이의 삼시 세끼는 챙겨야 하고, 사정상 이틀간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어서 버텼다. 여느 때처럼 아이는 나가서 놀고 싶어 했고 나는 놀이터에서 울면서 애를 봤다.
시가에 가자 시어머니는 내 몰골을 보곤 아이를 봐줄 테니 병원부터 가라고 하셨다. 아이를 맡긴 후 한 시간 동안 링거를 맞았다.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살 것 같았고 그러고 나니 조금 서러워졌다. 실컷 앓고 난 후 괜찮아진 걸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링거 한 대만 맞아도 괜찮아질 거였는데. 억울하기까지 했다.
아, 나는 아이를 두고 아파서도 안 되는 엄마구나.
타지에서 겪었으면 어쩔 뻔했나 몸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지 한국에서 아픈 게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가 아니고 내가 아파서 가장 다행이다. 이런 말을 하니 친구가 말했다. “야 너 엄마 다 됐네!”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아이에게 더욱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과도 연결된다면 엄마의 불행 역시 그럴 테다. 최대한 한결같이 일관성 있게 육아를 하려면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 좋은 부모는 모름지기 체력이 좋은 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