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아일기

스님, 오늘도 제 마음을 울리시는군요

by ama

어떻게 똥을 싸면 변기 밖으로 똥덩어리들이 분포될 수 있는가.

혼자 푸푸를 하겠다며 뛰어간 아이는 작은 변기가 아닌 어른 변기에 커버를 올리고 눈 모양이다. 엄마!!! 하고 부름 끝에 화장실에 가보니 변기 바깥으로 똥 덩어리들이 뚝뚝 떨어져 있다. 짜증이 밀려왔지만 휴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엉덩이를 씻기려는데 아이가 씩 웃으며 항문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간다. 그리고 손 끝에 묻은 흔적을 내게 보여준 뒤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벽에 쓱쓱 문지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야!!!!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더럽게, 응가하고 엉덩이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

씩씩거리며 엉덩이를 씻기고 목욕을 하겠다는 아이에게 물을 받아주고 그 옆에 앉아 내 화를 식혀본다. 짜증이 멈추지 않는다. 내 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며칠 앓고 나면 괜찮아지리라 예상한 감기가 2주 가까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코막힘이 두통으로까지 이어지니 작은 일에도 성가시고 내 몸 하나 아프니 아이는 안중에도 없다. 혼자, 혼자여도 철저히 혼자 고요하게 쉬고 싶은데 한 차례 열이 오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3일 등원 금지령을 받은 상황. 다행히 아이는 큰 증상 없이 팔랑팔랑 노는 중이었다. 하지만 열 증상을 보인 아이는 가차 없이 등원 불가라 어쩔 수 없이 가정보육.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픈 게 다행이긴 한데, 계속 놀아달라 보채고 자꾸 집안일을 보태는 아이에게 신경질을 부리기 일쑤다. 유럽 땅에서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건 엄마는 아플 수도 없다는 거다. 내가 아프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남편이 시간이 맞아 아이를 봐준다 해도 시간이 맞기도, 그리고 내 성에 차게 아이를 봐주지도 않는다. 내일도 이 지경으로 혼자 아이를 봐야 한다는 사실에 머릿수건 아래로 눈을 감추고 눈물을 흘렸다. 서러웠다.

아이에게 성질을 부린다고 해도 양껏 표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 봤자 엄마에겐 죄책감만 남는다. 그래도 짜증 나는 건 별 수 없다.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다 아이는 옆에서 잠들고 나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 누웠다. 오늘의 소동이 떠올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기 전에 들여다본 유튜브에서 유퀴즈에 법륜스님이 출연하신 걸 보았다. 평소 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보는 터라 망설임 없이 쭉 봤다. 즉문즉설을 진행하면서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이 가장 많다고, 주로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했다. 우리가 흔히 좋아한다고 하는 건 욕망이고, 스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바로 이해라고. 나를 중심으로 타인이 왜 저럴까 갈등을 빚지 말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면 고민될 것이 없다는 거였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에 뜨끔했다. 목이 마른 뒤 마시는 물이 달고, 아픈 다음 걷는 걸음이 소중하듯 매일을 연습처럼, 일상을 행복하게 사는 스님에게 감화되었다. 그래, 오늘도 아이와 나는 연습을 한 거다. 내일 다시 시작해보자! 내게 육아는 수양과 득도의 과정인가 보다. 마음이 바다처럼 드넓어지고 휘몰아치던 소용돌이가 잔잔한 파도가 되어 편안해졌다. 이 깨달음과 실천이 며칠 갈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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