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의 '세상을 뒤흔든 사상'을 읽고 쓰다.
사상은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이라는 뜻이다. 단어를 구성하는 두 한자어를 살펴봐도 모두 '생각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일까.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혁명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급속한 생활 방식의 변화,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두 차례의 끔찍한 파괴를 경험한 사람들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일단 무엇을 고쳐야 했을까?
일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방식의 정치제도를 무사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사회는 그것을 구성하는 인간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토론들이 책으로 나오고, 영감을 불어넣어줄 고전이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앞으로 자신이 소개할, 그리고 미처 담지 못한 모든 고전들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시대의 구속 아래 놓인 존재이지만, 인간에 내재한 사유의 본성과 의지는 그 구속을 넘어서는 새로운 자유와 평등에로의 행진을 비출 등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인간도 시대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저작물들은 기본적으로 시대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사유'라는 능력은 대상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바라보고 비판한다. 그래서 인간은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사상과 철학에 대한 공부는 이 모든 과정들을 위한 시작이다.
책은 총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된 고전들을 소개한다. '문학과 역사', '철학과 자연과학',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 여성, 환경, 지식인'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저자는 관련 고전들을 설명한다. 책 자체가 어떤 고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로 인한 관련 담론들, 그리고 저자의 짧은 사견을 기술한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 나온 고전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면 차라리 직접 읽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래도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역사, 관련 담론들을 간단히 살펴보고, 간략하게나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이어진 사상적 담론들의 모든 흐름과 각각의 핵심적인 주장들을 담은 책들을 모두 읽고 소화시키는 것은 웬만한 지식인 아니고서야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본문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배경지식의 수준이 조금 높긴 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을 찾아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어서 괜찮았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소개된 내용을 한국 사회와 관련지어서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이었다. 모든 저작들은 국내로 번역된 이후 지식 사회 내부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또 그와 관련된 많은 논문들을 탄생시켰다. 모든 사상은 물론 일차적으로 지식인들(지금은 약간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는 단어이지만) 사이에서 향유되긴 하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적용되어야 숨을 쉬게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의 마무리 방식은 어떤 사회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떤 생각은 시대와 역사적 사건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문제를 제시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마르크스가 그러했고, 맬서스가 그랬다. 현대 사회에서의 이데올로기와 사상이 과거에 비해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논쟁과 진통이 필요하고 그 가운데에서 위대한 생각들은 앞으로 미래의 등불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