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두리틀'을 보고 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이 아닌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는 의사로 돌아왔다. 천재 공학자이자 무기 회사 CEO였던 그가 수의사라는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는 소식은 영화 개봉 전부터 기대감 넘치는 떡밥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아이언맨 개봉 이후에 아이언맨이 아닌 역할로 나온 영화들은 꽤 있었다. '셜록 홈스'에서의 주연과 '아메리칸 셰프' 카메오 역할,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트로픽 썬더'와 '더 저지' 같은 영화에서도 출연했었다.
하지만 근 10년 간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그는 아이언맨으로 사랑받아 왔었고, 그 역시도 오랜 시간 동안 영화 속에서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아이언맨을 연기하고 대체 불가의 존재가 되었다. 미국 래퍼 나스가 자신의 첫 앨범인 'ILLMATIC'을 내고 지금까지 그 작품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맥컬리 컬킨의 '나 홀로 집에' 시리즈처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렇게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닥터 두리틀'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의사 두리틀이 영국 여왕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열매를 구하기 위해 동물 친구들과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원작 소설과 비교해봤을 때 이번 영화의 에피소드는 소설의 두 번째 이야기이며, 두리틀이 동물의 언어를 배우는 장면은 생략되었다고 한다. 원작이 처음으로 출판되었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작가도 독자들의 요청으로 다양한 시리즈를 발표했다고 하니 영화도 시리즈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본다.
영화 자체는 개인적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가 좋았다. 너무 뻔한 스토리 진행이라서 별로였다는 관객 평도 있었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었고 눈이 즐거운 CG가 다른 영화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동물들의 더빙을 맡은 배우들이 누구인지 찾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다. 톰 홀랜드가 마블 시리즈 이외의 영화에서 로다주와 함께 호흡을 맞췄고, 그 이외에도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할을 맡은 라미 말렉, WWE의 유명 레슬러인 존 시나와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피카소의 여자 친구 아드리아나 역할을 맡은 마리옹 코티야르, 가수 셀레나 고메즈까지 나와서 관심을 더했다.
무난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를 찾는다면 '닥터 두리틀'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영화의 작품성을 따지는 것은 이 영화에서는 무의미할 것 같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고릴라가 존 시나가 아니라 라미 말렉이었다는 점, 아동 영화라고 말하기엔 민망했던 드래곤 관장 씬(...), 마리옹 코티야르가 나왔는데 정작 비중은 너무 적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만약 두리틀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즐겁게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