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을 향한 비아냥과 조소

영화 '더 킹'을 보고 쓰다.

by 한관

권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진정 왕이 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박태수는 마지막에 출마 선언을 할 때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왕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일종의 비아냥처럼 들렸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남과 북에 각자의 정부를 세운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최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개돼지로 보고 나쁜 짓을 일삼아 왔는가. 어쩌면 힘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 하더라도 그 모양새만 바뀔 뿐, 결국 사람을 본래의 목표에 벗어나게 하는 것 같다.



박태수는 매일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 일진이었다. 하지만 검사가 아버지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그는 진짜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힘의 논리에는 밝았던 태수는 그렇게 동기부여를 받고 대학에 들어갔다.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원하던 대로 검사가 된다. 또 매일 단순한 사건만 처리하던 그가 선배의 도움으로 한강식 검사의 라인을 타게 됐고, 그 이후로는 진짜 힘을 마주하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나중에 한강식으로부터 버림받은 태수는, 그에게 배웠던 대로 '이슈로 이슈를 덮으'며 복수에 성공한다. 그는 이제 검찰의 힘에서 의회의 힘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샤머니즘과 정권에 기대어 힘을 행사하던 한강식으로부터 벗어나, 그는 자신을 휘두르던 그 힘에게 편승하려고 한다. 영화는 박태수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정권의 힘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나의 미래는 바로 당신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영화 '더 킹'은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던 2017년에 나왔다. 사람들은 매일 신문과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 충격적인 단독보도들에 질려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이 자행했던 일들은 영화에서 볼 법한 비리들이었다. 은밀한 거래들, 부패한 검찰, 무능력한 대통령이라는 창작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부한 클리셰들이 현실로 기어 나오는 모습들은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마지막 박태식의 웃음은 오히려 감독의 조소 같다. 되풀이되는 국민에 대한 기만과 엘리트주의로부터 비롯된 권력의 파급효과는 과연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불평등에 대한 합리적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양심을 증거로 믿어달라고 하는 권력기관을 우리는 계속 믿어야 하는 지도 의문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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