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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관 Feb 13. 2020

'감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욕망의 열쇠를 움켜쥔 사업가

윌터 아이작슨의 '스티즈 잡스'를 읽고 쓰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일어난 일들을 생각했다. 팀 쿡이 그를 이어 애플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고, 아이폰의 렌즈가 세 개가 되었고, 선이 없는 이어폰이 메가 히트를 쳤다. 애플 티비가 디즈니의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회사는 착실하게 몸집을 불려 가고 있다. 잡스는 예나 지금이나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차고에서 애플을 만든 이후로 매킨토시와 아이팟에 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까지, 그의 회사는 끊임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며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다른 무언가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예술가들은 모두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예언이 아니라 확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갤럭시를 쓴다. 물론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갤럭시를 쓰다 보니 아이폰을 쓸 기회가 없었다. 예전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갤럭시와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의 특징을 쓴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갤럭시는 '틀딱'들이나 쓰는 것이고, 아이폰은 '힙'한 사람들이 주로 쓴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어쨌든 대충 이야기하자면 '감성'넘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마 아이폰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말한 것 같았다. 나는 이게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에어팟이 얼마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 적이 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의 줄이 너무 거슬려서 슬슬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비쌌다. 이어폰으로 유명한 다른 회사에서도 20만 원을 넘기는 것은 거의 없었는데, 에어팟 프로는 30만 원이 넘었다. 핸드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출시한 아이폰은 확실히 새로운 노트 시리즈보다 가격대가 높았다. 아이폰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잡스에게 있어서 혁신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애플의 기술적인 혁신에 있어서 더 많은 공을 세웠던 사람은 워즈니악이 시초였다. 천재적인 공학자이자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애플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영상 출력에 관한 특허를 내고, 컴퓨터 화면의 컬러 표현을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애플을 만드는데 모든 공헌을 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자서전에서는 애플의 광고를 말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광고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소설 '1984'를 모티브로 삼은 매킨토시 광고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로 애플의 광고는 출시하는 제품의 매력을 150% 끌어올리는 음악과 카피로 전 세계의 애플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가총액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회사의 훌륭한 불쏘시개였다. 회사 직원들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내어 결과물을 만들게 했고, 덕분에 애플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 불같은 성격 때문에 잠깐 회사에서 쫓겨나 넥스트를 설립하고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이어지는 애플의 히트작을 성공시키고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죽을 때까지 고집스러운 그의 스타일 때문에 사후 평가도 극렬하게 갈린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혁신가, 그리고 직원들을 쥐어짜면서 정작 제품 설명회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행세하는 이기주의자.



나는 확실한 정답을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타고난 사업가라는 점이다. 아이폰 하나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애플 스토어 앞에서 노숙하게 만들도록 하는 애플의 '감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 스스로도 잘 모르던 욕망이라는 것을 일깨우게 만드는 하나의 열쇠 같은 것이고, 잡스는 단지 그 열쇠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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