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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Mar 04. 2020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글쓰기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고 쓰다

작년에 동네 도서관에서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을 봤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의 작가이기도 했었으므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강연은 글쓰기에 대한 그의 고민과 나름대로의 요령, 그리고 청와대의 여러 비화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와 같이 나왔던 국회의원이 말을 많이 해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강연 말미에 작가의 사인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어서 알찼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두 명의 대통령 밑에서 연속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일 것이다. 물론 그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 말과 글에 통달한 두 사람 밑에서 커리어를 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매번 행사를 준비할 때 대통령이 읽는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은 대통령의 심중을 다 헤아려야 하는데, 그것을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때론 유머까지 겸비해야 하는 대통령의 연설문은 작가에게 있어서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 물론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평가가 심하게 갈리는 직업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생각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 두 사람이 여느 대통령보다도 말과 글에 대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느낌을 전달해야 할 것인가. 내가 사용할 유머가 상황에 맞는 것인가. 연설문의 어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에 따라 두 대통령의 글은 확연한 차이점을 보였다. 그래서 연설문을 작성하는 비서관들에게 두 사람은 언제나 직접 쓴 메모와 교정본을 보내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누구나 필요로 하는 능력이다. 청와대의 연설문 작성에도 필요하지만, 당장 고등학생이 제출해야 할 과제에도 글쓰기가 사용된다. 그래서 이 책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될 '글쓰기라는 벽'을 넘어야 할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간단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의 법칙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 자신이 설명한 법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청와대에서 쓴 연설문의 일부와 에피소드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문장 쓰는 연습을 할 때 좋은 참고 문헌으로 쓸 수 있었다.



이제 자기를 잘 표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점점 인간성이 무엇인지 되묻게 될 것이다. 과거 인간은 자신들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젠 인공지능과 기계들이 그 자리를 점점 빼앗아 가고 있다. 그럼에도 글쓰기라는 영역은 미래에도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해주는 분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사람이 글을 씀으로써 개인이 더욱 개인으로서 확고해지고, 자신만의 빛을 발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그 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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