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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an 09. 2021

진짜 올해는 독서 좀 해야겠다

서점에서 그나마 괜찮은 책 고르는 방법

책 읽는 습관 들이기 참 어렵다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줄 수 있어?


  브런치와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주변에 그나마 책 읽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 뭔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게 주 이유였다. 사실 독서는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취향을 많이 반영한다. 학창 시절에 도서관을 갔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공간 안에 있었던 친구들은 크게 세 가지 파로 갈렸다. 첫 번째는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 파. 이들은 당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부터 시작해서 셜록 홈스 같은 소위 말해 '근본력 넘치는' 시리즈와, 심지어 나도 모르는 어느 해외 작가들의 추리소설까지 섭렵하곤 했다. 스릴러 웹소설 비슷한 것에 빠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이쪽에 취미를 붙일 수 없었기에 그 친구들과 어울리진 못했다. 


  두 번째는 사회과학 파였다. 이들은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대신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회과학의 고전들을 탐닉하곤 했다. 이 똑똑한 친구들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던지, 아니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쓴 파인만의 물리학 교양서적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끔씩 철학 서적에 눈을 뜬 친구도 보였는데, 그 친구들의 유머 코드를 맞춰주기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속했던 만화 파가 있다. 나는 도서관의 사회과학 파나 유명한 고전 문학을 읽는 친구들처럼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고, 그래서 주로 읽었던 것이 '식객'이나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혹은 해외 문학을 쉽게 설명한 만화 잡지 시리즈였다. 이때 선생님께 만화만 읽으면 쓸모가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흥미를 붙여서 지금까지도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시면 아마 다른 말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독서는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탄다. 아무리 유명하고 서울대에서 꼭 읽어야 한다며 강조하는 책이라도 내가 재미를 못 붙이면 읽어도 읽은 것이 아니다. 슬램덩크를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면, 그 사람에겐 슬램덩크가 더 유익한 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맞는 책 고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1. 내가 읽고 싶은 분야 & 취향 찾기


  나는 소설, 그중에서도 해외 고전 소설이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단편소설집, 그리고 매년 나오는 문학상 소설집을 자주 챙겨 읽는 편이다. 예전에는 잠깐 시집에도 발을 담가볼까 했지만, 요즘 유명한 시인이라며 추천해주는 것을 몇 편을 읽고 나서도 재미를 찾기 힘들어 그만두었다. 자기 계발서는 가끔 지인이 선물해서 예의 상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제외하곤 읽지 않는 편이고, 사회과학 관련 서적은 예전에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요즘 들어 읽지 않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에세이인데,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심심하면 읽고 있지만 책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정말 유명한 작가가 아니면 (예를 들어 피천득, 이승우, 김영하, 무라카미 류, 김연수, 김훈 같은 소설가 혹은 평론가, 전문 직업인의 저서 등) 읽지 않는다. 당신은 오늘도 수고했다느니,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며 토닥거리는 책들은 개인적으로 당연하고 똑같은 말들의 반복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 읽기가 싫다. 그런 글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게시글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굳이 사지 않는다. 참고로 라이트 노벨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 읽지 않는다.


  물론 나와 반대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철학 서적을 읽으시는 분들은 거의 전공자 수준으로 탐독하시는 경우도 있고, 자기 계발서만 읽는다거나 가벼운 내용의 에세이만 읽고 해외 문학은 보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누구도 각자의 독서 취향을 비난할 수는 없다. 수준 차이 나서 상종을 못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는 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서든 에세이든 간에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면, 그만큼 책 관련 대화도 자주 나눌 수 있고 출판사도 독자들의 니즈에 걸맞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책을 사러 서점에 가기 전에 먼저 본인이 어떤 종류의 책을 읽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학이면 심리학, 역사면 역사. 관심 분야의 책 하나를 읽으면 그다음 책에 도전할 용기가 생기기 때문에 첫 단추 꿰기가 중요하다.


2. 맨 앞부분을 읽자 / 약력 소개, 목차, 서문 훑어보기


  이 부분은 예전에 읽었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서 본 내용이다. 만화라서 웃기게 표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바가 있어 소개한다. 커버를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작가 소개란이다. 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의 책이라면 그 분야의 저명한 학자 혹은 교수님의 약력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약력 소개가 너무 중언부언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작가의 학력과 논문, 저서, 받은 상 따위를 간략히 기술하면 책도 깔끔하고 알차게 정보가 들어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으나, 반대로 무슨 봄날의 바람을 기다리고 무슨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느니 하는 '폼 잡는 말'로 소개란을 채운다면 신뢰도가 팍 떨어진다. 차라리 소설가 황정은이나 밀란 쿤데라처럼 정말 간단히 쓰는 것이 낫다.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은 책일 가능성이 높다.


  목차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굳이 목차를 먼저 읽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다시 보면 대부분 목차부터 잘 짜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무조건 살펴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책을 전부 읽지 않고 목차만 읽어도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용도 유추해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긴 글줄을 접하면 흥미가 금방 떨어져 계속 읽기 힘들지만, 서문이나 목차를 읽으면서 대충 이 부분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한 번만 생각해보고 들어간다면 이해가 훨씬 쉽다. 머리말이나 작가의 말, 역자의 말 역시 읽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지만, 대강 훑는 정도로 읽는다면 안 보는 것보단 낫다.


3. 완독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고른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절반이나 삼 분의 일 정도로만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내게 자기가 고른 책을 완독 하지 못할까 봐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 읽고 논문이나 과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토론 대회를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완독의 강박이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여태까지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중에 거의 10퍼센트 정도만 겨우 다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에서 본 니체 철학에 대해 뭔가 멋있어 보여서 '선악의 저편'을 빌렸다가 절반도 안 읽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려보냈다던가, 아니면 글을 좀 더 잘 써보고 싶어서 여러 작법서를 빌린 뒤에 핵심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읽고 다시 반납했다던가 등등. 이동진 영화 평론가 역시 그의 독서법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완독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답한다. 서문만 읽기, 부분만 찾아 읽기, 심지어는 책을 사는 것까지도 일종의 독서라고 그는 주장한다. 독서법에 왕도는 없다. 읽고 싶은 대로 읽자. (fin)


완독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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