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들과 산에 올라 해돋이를 보기로 했지만, 피로가 누적된 탓에 그만두기로 합니다.
꼭두새벽부터 피곤한 몸으로 산에 올라 일출을 보고 나면 하루 종일 피곤에 절어 있을 것만 같더군요.
한 해의 첫날을 지친 상태로 보내기는 싫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든 8시 10분경에 일어났습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가방을 챙겨 집 근처 단골 카페로 나섰습니다. 보통 휴일이면 집 앞 도서관으로 가지만 새해 첫날인 오늘은 휴무더군요.
뱅쇼 한잔을 주문한 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치고는,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차분하게 타이핑해 나갑니다. 십여 년 전부터 해가 바뀔 때면 하고 있는 저만의 루틴입니다.
지난해 '소망 리스트'를 쓱 훑어보니, 몇몇은 달성이 되었고, 나머지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들과 중단된 것들이더군요. 작년에 기록했던 소망들 중, 더 눈길이 가는 쪽은 아무래도 ‘이루어진 것'들이 더군요. 이루어진 소망은 얼굴에 미소를 돌게 하고, 마치 마법처럼 느껴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이건 달성이 되었네. 하!"
올해의 소망을 쓴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 딱히 손해 볼 건 없다는 마음입니다. 여러 소망 중에 적어도 두세 가지는 성취했으니, 그럭저럭 운 좋은 한 해였다고 생각하는 거죠.
올해 소망을 적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소망 리스트에서 몇 가지를 더하거나 빼고, 약간의 수정을 하면 되기에 15분에서 정도면 뚝딱 완성이 되죠. 이렇게 하면 왠지 올 한 해도 그럭저럭 잘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나 믿음이 생기는 거죠.
소망 리스트를 작성한 다음, EBS 영어회화 방송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요.
뭐, 새해 첫날이니까... 글을 쓰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새해 첫날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습니다. 그냥 저만의 루틴을 이어가는 거죠.
익숙한 루틴을 따라가는 것은 편안함과 안도감을 가져다주더군요.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죠. 그저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죠. 그러면 시간은 휙휙 지나가고, 어느덧 하루가 저물어 있더군요.
문득 오늘 저녁은 떡국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래도 새해니까... 다진 소고기 볶음에 노랗고 하얀 지단 그리고 구운 김이 고명으로 올라간 떡국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오후엔... 다시 카페로 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겠지요.
저녁이 되면 상체, 하제, 코어운동, 스트레칭 순서로 42분간 홈 트레이닝을 한 뒤, 떡국을 해 먹겠죠. 영양제를 먹고... 아내와 와인 한잔을 하며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에서 찜해두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11시가 되면, 양치질을 하고 침대 위에 놓인 가습기를 켜고 이불속으로 들어갈 겁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이런 뻔한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렇다면 내 삶은 '만족'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가벼운 이벤트로 일상의 트랙에서 잠시 벗어나 변화를 주는 거죠.
그러다 보면 한 해가 다시 훌쩍 지나가 있겠죠.
삶의 따사로움은 '평범한 일상'과 '가까운 이들'에게서 온다는 걸
오십이 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2026년,
다들 저마다의 사랑으로 따듯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