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다 먼저 뜨는 별, 샛별
새벽 다섯 시, 산골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시간.
옥분은 평소보다 일찍 깼다. 어젯밤 은수의 유리병에 동전을 넣어둔 것이 자꾸 떠올랐다. 은수가 그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이빨요정 티나가 정말 다녀갔다고 믿을까.
그녀는 조용히 누운 채로 은수를 보았다. 그런데 은수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어라? 고개를 돌리니, 은수가 창가에 앉아 턱을 괸 채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의 조그마한 등 옆으로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은수는 그쪽을 보지 않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았다.
‘어? 눈치를 못 챘나?’
옥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수가 오백 원짜리 동전을 보면 틀림없이 폴짝 뛰며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먼저 일어나더라도 ‘엄마, 티나가 다녀갔어!’하면서 자신을 깨울 거라 생각했는데…. 옥분이 조심스레 다가앉아서 은수의 표정을 살피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쉬잇!”
은수가 작은 손을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였다.
“응?”
옥분은 멈췄다. 은수가 다른 손으로 창밖 하늘을 가리켰다. 옥분도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동쪽 하늘에 별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금성이었다. 태양보다 먼저 동쪽 하늘에 떠서 ‘샛별’이라고도 불렀다. 아직 은수에게는 말해준 적이 없는데. 그 샛별 너머로 별들의 강, 은하수가 흘러내렸다.
옥분은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엄마…”
은수가 속삭였다.
“저게, 내 이빨이야?”
“어?”
“티나가 이 가져가서 별을 만든다며?”
아, 그제야 옥분은 은수가 새벽부터 먼저 일어나서 하늘을 보고 있는 까닭을 알아챘다. 그림책 ‘이빨요정 티나’에서, 티나가 이빨을 가져가서 밤하늘의 별을 만든다고 했었지.
“저거 맞지, 엄마?”
은수가 환하게 웃으며 샛별을 가리켰다.
“제일 밝은 거.”
“맞아.”
저도 모르게 옥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새벽을 밝히는 무수한 별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사이에서 샛별이 더없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예쁘구나.”
옥분과 은수는 나란히 턱을 괴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의 강은 새벽 어스름을 머금고 마치 금모래, 은모래처럼 학교 운동장으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지금껏 이 산골에서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이렇게 하늘과 별들과 바람과 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있던가. 옥분은 은수를 꼭 껴안았다.
“어? 저기!”
바로 그때였다. 은수가 학교 운동장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마치 샛별이 그대로 떨어져 내린 것처럼 작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옥분도 가만히 그쪽을 돌아보았다. 운동장에 덩치 큰 사람이 삽을 든 채 뭔가를 열심히 퍼 날랐다. 그 옆으로 모래주머니를 실은 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서 있었다.
은수의 눈이 커졌다.
“어? 곰돌이샘?”
우렁찬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돌부리가 널린 놀이터 바닥에 모래를 깔고 있었다. 얼굴도 몸도 온통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그 자체로 반달곰 같았다. 철봉 아래에는 이미 모래가 잔뜩 깔려 있었다. 그네 밑에도, 미끄럼틀 쪽에도 어느 정도 모래가 드리워져 있었다.
은수는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의 강이 흘러내린 학교 운동장. 그 위로 쏟아진 금모래와 은모래, 그리고 새벽별. 우렁찬은 정말로 반짝이는 모래들을 놀이터에 깔고 있었다.
“곰돌이샘이… 티나?”
은수가 한쪽이 빠진 이를 드러내며 엷게 웃었다. 그러더니 토끼 인형을 꼭 안은 채 꾸벅, 졸기 시작했다. 옥분은 은수를 다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우렁찬은 여전히 모래를 나르고 있었다. 꼬박 밤을 새운 것 같았다. 전날이 떠올랐다. 옥분 역시 미루가 학교 운동장에서 무릎을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맨바닥에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고 했던가. 우렁찬은 분명 미루를 돌려보내고 서소리 선생에게 학교의 운동장 상태에서 대해 물었겠지. 그러나 이제 곧 폐교될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질문에 대해 우렁찬은 자신만의 답을 내린 것이다.
‘진짜 곰 같은 사람이네.’
그녀는 은수가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하고, 한참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남편 이철순이 밭일을 나가려고 막 일어나더니, 모래를 퍼 나르는 우렁찬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대체 저 친구, 왜 저러는 거야?”
그리고는 휑하니 씻으러 갔다. 옥분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다시금 새벽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보다 먼저 떠서, 가장 어두운 새벽을 밝히는 샛별. 어쩌면 저 샛별 덕분에, 많은 이들이 긴긴밤을 인내하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시 고개를 숙여 우렁찬을 보았다. 대체 저 사람은 무슨 연유로 이 두메산골까지 내려온 것일까. 옥분은 샛별과 렁찬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그렇게 홀로 반짝였다.
어디선가 닭이 울었다. 옥분이 막 창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작은 삽을 들고 렁찬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두운초등학교의 유일한 평교사, 서소리 선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