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네 집
하늘이네 집은 마을 끝자락에 있었다.
집 앞에 다가서자,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과 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좁은 마당이 나왔다. 빨랫줄에는 하늘이의 옷이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 개집이 하나 있었는데 텅 비어 있었다.
“들어오세요.”
이정희가 현관문을 열었다. 우렁찬은 들어가려다 말고 멈춰 섰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꼈어도 직접 해를 마주하지 않던 렁찬이, 웬일로 가만히 그 빛살을 바라보았다. 공기 중에 먼지가 떠다니는 게 보였다.
우렁찬은 그제야 팔등을 긁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두드러기가 오소소, 피어올랐다.
“선생님?”
“저, 괜찮습니다.”
그는 선글라스 너머로 거실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깨끗했지만, 벽지 한쪽이 들떠 있었다. 검은 얼룩이 보였다. 우렁찬은 벽지로 다가갔다. 스스로도 알레르기 반응이 심인성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쪽으로 다가갈수록 피부의 간질거림이 심해졌다.
“아무래도, 이게…”
우렁찬은 벽지 한쪽을 조심스럽게 들춰냈다. 검푸른 곰팡이가 내벽에 드리워져 있었다. 축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곰팡이 포자가 손가락에 묻었다.
이정희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워낙 바빠서…”
“이게 범인이에요.”
우렁찬은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도 얼룩이 있었다. 흙을 머금은 물때가 여기저기 번져있었다. 비가 샌 흔적이었다.
“지붕도 확인해봐야겠어요.”
“잠시만요.”
곧바로 옥분이 옆집 과수원 농가로 달려가서 철제 사다리를 들고 왔다. 우렁찬이 그걸 타고 지붕 옆으로 올라가서 슬레이트 지붕을 살폈다. 곳곳이 깨져서 틈이 벌어졌다. 빗물이 한쪽에 고여있었고, 조금씩 틈새로 새고 있었다. 그것이 벽을 타고 흐르며 곰팡이를 키웠고, 하늘이는 날마다 그 포자를 마시며 잠든 것이다.
“벽지를 다 갈아야 해요. 지붕도 고쳐야 하고.”
우렁찬이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커다란 덩치 때문에 철제 사다리가 삐걱거렸다. 옥분과 소리가 양쪽에서 그것을 꼭 붙들었다.
이정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만, 지붕을 사려면…”
“……”
그녀는 싱글맘이었다. 읍내 미용실을 운영하며 하늘이를 키웠다. 옥분의 말로는, 남편이 몇 년 전에 떠났다고 했다. 온몸에서 풍기는 약품 냄새가 그녀의 하루를 연상케 했다. 그 약 냄새도 하늘이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일단 환기를 자주 시키세요. 창문을 열어두고. 하늘이는 당분간 다른 방에서 재워야 해요.”
“명심할게요.”
우렁찬은 마치 스스로 공기청정기가 되어 곰팡이를 다 빨아들이려는 듯 한참을 멍하니 서서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정희한테 양해를 구하고 직접 벽지를 다 뜯어내기 시작했다.
“새로 도배를 하려면, 축축한 벽지를 떼어내고 사나흘은 말려야 해요.”
렁찬은 맨손으로 그것들을 하나씩 걷어냈다. 하늘이가 단 하루라도 이런 환경에서 자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사이, 서소리는 학교로 돌아갔고, 옥분은 세탁소로 돌아갔다. 렁찬은 맨벽이 다 드러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차를 타고 다시 산길을 내려갔다. 그러더니 저녁 무렵, 도배지와 풀을 잔뜩 사왔다.
“주말에 마을 분들하고 같이 도배하면 좋겠어요.”
우렁찬의 말에 옥분이 혀를 내둘렀다.
“그래요, 내가 소집할게요. 선생님도, 나오실 건가요?”
렁찬이 한참을 멀뚱멀뚱 도배지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보러, 갈게요.”
옥분이 가만히 미소지으며 보건지소를 나섰다. 렁찬이 그 모습을 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오늘… 고마웠어요.”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저, 취직된 거예요?”
어차피 돈을 바라고 자청한 건 아니었지만, 옥분은 그 자체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렁찬이 조심스레 답했다.
“취직이라기보다는, 초빙이라고 할게요.”
그날 오후, 우렁찬은 군청에 전화를 걸었다.
“네, 최민석입니다.”
“안녕하세요. 두운리 보건지소…”
“아, 선생님. 말씀하세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파트타임 채용하려고 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최민석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보건의도 간신히 예산을 확보해서 공고를 올린 것이었다. 그마저도 지원자가 없었지만, 우렁찬 덕분에 겨우 보건지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간호조무사 같이 일하려고요.”
“자격증 있으신 분이 마을에 있나요?”
“네, 옥분 씨요.”
최민석의 눈이 크게 뜨였다.
“두운세탁소 옥분 씨 말이죠?”
“아세요?”
“아, 그게…”
최민석이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미루 아빠입니다.”
“아!”
우렁찬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미루 아버님이셨군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미루 치료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뭐, 당연히 할 일인 걸요.”
“좋습니다, 노력해볼게요. 근무 일정은 어떻게 되시죠?”
“월수금,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요.”
“급여는?”
“월 백만 원 괜찮을까요?”
최민석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어쨌거나 예산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백만 원이요?”
“네, 파트타임이지만 제대로 드리고 싶어서요. 예산이 부족하다면 제 월급이라도 쪼개서 나눌 순 없을까요?”
한동안 대답이 없던 최민석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장담은 못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오전, 평천군청 환경과.
최민석은 서류를 들고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팀장님, 잠깐 말씀드려도 될까요?”“어, 최 주무관. 무슨 일이야?”
최민석이 서류를 내밀었다.
“두운리 보건지소 간호조무사 채용 건입니다.”
박 팀장이 서류를 훑어봤다.
“월 백만 원?”
“네.”
“예산 없는데?”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박 팀장이 가만히 최민석을 올려다봤다.
“왜?”
최민석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
“말해.”
“제 고향이 두운리입니다.”
“그런데?”
“3년 넘게 의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들 다치면 읍내까지 1시간. 겨울엔 눈 쌓이면 갈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헬기 부른 적도 여러 번이죠. 그 예산이 더 클 겁니다.”
“계속해봐.”
최민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이 오셨어요. 저도 처음엔 의심했습니다. 왜 오셨을까,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최민석이 잠시 멈췄다.
“우리 딸 다쳤을 때 고쳐주셨어요. 제대로 하시더라고요. 어제는 하늘이라는 아이가 천식으로 쓰러졌는데… 살리셨어요.”
최민석이 서류를 가리켰다.
“혼자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 간호조무사 한 분이면 제대로 운영될 것 같아요.”
그가 고개를 들어 팀장을 똑바로 보다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장은 한참 최민석을 바라보았다.
“최 주무관.”
“네?”
“자기가 이렇게 말하는 거 처음 본다.”
최민석이 조용히 대답했다.
“저도 놀랐습니다.”
팀장이 피식, 웃었다.
“추경 예산에 넣어볼게. 군수님이 뭐라고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 감사합니다.”
“대신 제대로 관리해. 문제 생기면 네 책임이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민석이 밖으로 나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자신도 공무원으로서 두운리를 생각한다지만, 한 번도 뭔가를 위해서 진심으로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을 때 자조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다니. 미루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한 남자가 작은 동력이 되어주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못내 고마웠다.
그는 복도로 나서며 멀리 산 너머의 두운리 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