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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이라떼 Oct 21. 2024

소설 <회색인간> - 생존 vs 사유

책 리뷰

                                                              

김동식 저 / 요다

                                                                   회색인간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p.7)


어느 대도시에 만 명이 사라졌다. 땅속 세계 사람들인 지저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 만 명은 땅속으로 들어가 지저 사람들을 위해 땅을 파야만 했다. 화장실, 침대, 옷도 없었다. 단지 제공되는 건 흙맛이 나는 말라비틀어진 빵이 전부였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배고픔이었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때문에 사람들은 대화도 웃음도 심지어 성욕마저 없어져갔다.


이런 생활 속에서 어느 여인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이없어했고, 어떤 남자는 여인의 뺨을 때렸다. 이 일을 계기로 어떤 남자는 벽에다 돌멩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어떤 남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분노한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은 그는,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p.14)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죽음으로 몰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다시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자신의 빵을 여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글을 쓰는 남자에게도 사람들이 빵을 건네주었다. 이들은 왜 변했을까?


"몇몇 사람들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써내었다. 또 하루 종일 사람들을 외웠다. 자기 전에도 외우고 꿈속에서도 외웠다. 또한 그들은 사명감을 가졌다. 꼭 살아남아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꼭 살아남아서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p.21)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했다. 생각한다는 것은 사유한다는 의미일 거다. 이 소설을 통해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본능으로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사유는 곧 예술로 연결된다. 청년 시절, 열정페이에 갇혀 지냈다. 나에게 영화, 공연은 사치였다. 그저 그날그날의 삶을 연명할 뿐이었다. 유일하게 사유했던 건 책이었다.


영화, 공연은 나에게 먼 당신이었지만, 독서는 가난한 젊은 청년의 삶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책을 통해 어두웠던 젊은 날을 희망으로 꿈꿨다. 그 희망은 결혼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삶이 극도로 힘들다면 사유에 힘쓰자! 김동식 저자는 10년 동안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수천 개의 상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 '내일 인류가 멸망한다면?' ,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10년의 노동자로 일했다. 그의 일상의 사유가 모여 지금의 천재 작가 김동식을 만들었을 거다. 지금 사유하자!


 



v 마음 생각 정리하기

나의 현실에서 무엇 때문에 힘든가? 취업, 인간관계, 육아 등등

나는 무엇을 사유하고 싶은가? 노래, 글쓰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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