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월요일 밤 8시. 닭볶음탕을 만들어 놓았기에 남편에게 주고 우리는 잘 지냈냐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새봄이를 힘껏 안아주면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은 남편이 연차를 썼기 때문에 새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우리끼리 데이트를 즐겼다. 잠실 롯데백화점으로 출발~ 남편은 필리핀 출장에 올 때 선물을 하나씩 사 오는데, 이번에는 데일리 가방을 한국에서 사달라고 내가 말했다.
명품 가방은 사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럴 여유도 아니었기에.) 팝업 매장에 가보니 눈에 띄는 데일리 가방이 보였다. 메머라는 브랜드였다. 가방들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가격대도 6만원대. 다른 매장에도 둘러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다른 매장은 비싸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메머 매장에 가서 검은색 가방을 샀다. 가방 액세서리도 하나 사고. 액세서리가 19,800원! 남편은 괜찮다며 하나 고르라고 했고 결제를 해줬다. 그렇게 막 쓰는 사람이 아닌데, 부인을 위해 사준다며 결제를 했다. 참 고마운 순간이었다. 앞으로 모임이나 친구들 만날 때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방을 사고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백화점 푸드코트로 가보니 만석이었다. 다행히 샤브샤브 맛집에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1인분씩 시켰다. 소고기 샤브샤브 14,900원! 비쌌지만 오랜만에 하는 부부 데이트인데, 그냥 맛있게 먹자고 말했다. 우리 부부의 대화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남편은 그냥 듣기만 하는 편이다. 나는 먹으면서 필리핀 생활이 어땠냐고 물었다. 나에게 필리핀은 총기가 있고 무서운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다. 남편은 일층 로비에 총기를 든 경비원이 서있지만,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남편은 필리핀에 담에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한국이 다들 좋다고 말하니 그렇게 해외를 가고 싶지 않은 나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난 아직도 해외 나가는 게 두렵다. 하지만 필리핀과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공동선언까지 한 마당에 나도 필리핀에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마트에 들러 생필품들을 샀다. 바디워시가 마침 떨어져서 향이 좋은 바디워시를 하나 샀다. 남편은 향이 좋은 걸 선호한다. 그래서 비쌌지만 15,000원짜리 바디워시를 샀다. 우리는 새봄이 하원시간에 맞춰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결제금액은 4,000원. 영수증 바코드를 다 찍고도 남아있는 금액이라 결제를 했다. 남편은 속상해했지만, 나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카드를 결제기에 넣었다. 이날은 행복이 90% 충천 중이었다. 일주일 동안 새봄이 혼자 돌보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해외 출장 간 남편에게 카톡으로 화를 쏟아부었다. '나 힘들다.' '왜 나만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거냐' 부끄럽지만 철없는 아내였다. 하지만 새봄이가 자라고 해외출장이 이젠 연중행사가 되어 가면서 나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홀로 양가 부모님 없이 아이를 돌보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 해외출장 중인 남편에게 투정을 부릴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화는 내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자리를 잘 지키는 아내이자, 엄마가 되자.
아무리 실력 있는 골키퍼라 해도
경기 중에 자신의 자리를 비워선 안되는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의 중심에서
나의 자리를 비워 둬서는 안된다.
<100% 스무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