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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이라떼 Oct 24. 2024

책<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서평

신지현 저 / 미다스북스

작가는 조경을 전공했고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일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감정 일기'형식으로 책으로 풀었다. 엄마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엄마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감각 - 힘듦, 짜증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다.

나의 일상은 힘듦과 짜증, 그렇지 않으면 괜찮은 하루로 단순화되어 간다. 힘듦과 짜증 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었을 것이다. 분노, 슬픔, 외로움, 불안 등 조금씩 다른 결을 갖고 있는 감정들은 뭉텅이로 뭉쳐져, 짜증으로 굳어진다. (p.27-28)

아이가 어릴 때일수록 더 힘들다. 힘듦과 짜증이 하루에도 수백 번을 오간다. 아이가 밤에 잠들고 나서야 혼자 울 때가 많았다. 아이에게 미안함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낳기로 결정해 놓고선, 막상 낳아 보니 엄청난 책임감과 중압감을 견딘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소심함 - 최소한의 것이라도 지키려는 마음

원래도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던가? 아이를 키우면서 한없이 소심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잦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밖을 나가지 못한다. 차가운 날씨가 시작된 이후로는 집 안에만 들어앉아 있다.  (p.35-36)

아이를 키우니 정말 예민해진다. 방 온도며 옷차림까지도 모든 것이 예민 덩어리다. 육아를 하면서 알았다. 내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 것을.. 하지만 저자 또한 소심하게 모든 것을 걱정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고립감 - 외딴곳에 나 혼자 갇힌 기분

이제는 8시에 나가는 건 꿈도 못 꾼다. 사람들은 움직이고 흘러가는 8시에, 이 방 안만 이상하게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 있다. 누군가가 나를 가둬놓은 걸까. 나의 자유를 질투한 누군가 억지로 내 손목을 끌어다 놓은 게 아닐까. 방안의 시곗바늘은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중략)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건 나인데, 왜 자꾸 못난 생각을 하는 걸까. 누군가를 탓하고만 싶은 걸까. 아니다. (p.85)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일 년 동안 집안에만 있었다. 2월에 태어난 새봄이에게 행여 코로나가 전염될까 봐서였다. 남편이 밤 10시 퇴근하는 날에는 혼자 아기 띠를 하고 카페에 가서 아이스 카페 모카를 마시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던 기억이 있다. 그땐 너무 힘들어 눈이 띵띵 부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또한 추억이 되었다. 새봄이도 일 년 동안 집에만 있어서인지 돌이 안되었을 무렵,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바깥공기를 들이마셨다. 정말 신기했다. 아기도 하나보다. 집안에만 있다는 것을. 공간적으로도 갇혀 지냈던 코로나 시절. 마음 또한 갇혀 지냈던 시절이었다. 



상실감 - 아무것도 꿈꾸지 못하는 감정

두 아이와 함께 집에 묶여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글을 쓰는 일이었다. 틈날 때마다 글을 썼다. 어떤 때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글 쓰는 일에 매달렸다. 내 속에서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샘솟아 넘쳐흘렀다. 상실감을 먹고 자란 이야기들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갔다. 더 이상 학예사라는 직업적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을 찾고 싶었다. 나를 좀 먹는 상실감이 있었기에, 진짜 나를 마주 볼 수 있었다.(p.77)

나도 육아에 매여 있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책 읽기와 글쓰기다. 독서토론 강사로 일할 때는 매일 읽고 쓰고 토론하고 했었는데, 이젠 나 혼자 집에서 하고 있다. 새봄이는 다섯 살. 아직은 일할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열심히 읽고 쓰고 사색하리!



회한 - 나의 20대를 반추하며

아기를 재울 때나 설거지할 때면 잠깐 다녀오는 곳이 있다. 그곳은 예닐곱 군데 정도 되는데, 실재하기도 하고 실재하지 않기도 하는 곳이다. 각각의 장소에서 실재했던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실재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된 곳,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그곳으로의 여행이다. (중략) 영화로웠던 과거의 망령들을 떨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괴로워했던 지난날을 정리해야겠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을 모두 품고, 회한의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겠다. (p.200)

자꾸만 과거가 떠오른다. 아이만 보고 있으면 딴생각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다 부정적인 생각뿐이다. 학창 시절, 직장 다닐 때, 연애사까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좀 더 부드럽게 대처할걸..' 이런 자책에 빠져 괴로운 나날들이 많았다. 이런 감정을 작가도 느꼈다고 생각하니 왠지 위안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든 걸까? 무엇보다도 육아는 오로지 엄마의 몫으로 치부되는 환경과 문화 때문이지 않을까? 농경사회 때는 온 식구가 같이 살거나 옆집에 살았기에 함께 공동육아가 가능했다. 지금은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젠 1인 가구가 정점을 찍고 있는 요즘, 아이 돌보기는 그저 부부의 몫이거나 아내의 몫이 되어버렸다. 나조차도 시골에 계신 양가 부모님의 도움조차 없이 오로지 나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다. 이런 이유로 엄마의 감정이 널뛰는 것 아닐까 싶다. 아이는 분명 가정의 축복이다. 하지만 아이 키우기는 부부뿐만 아니라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엄마들이 감정을 순환하여 가정의 행복이 깃들길 기원해 본다. 가정이 행복하면 결국 사회 또한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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