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지난주 금요일(18일) 저녁부터 딸 새봄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날 새벽부터는 토와 설사를 연이어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 토요일 새벽 1시 30분에 119에 전화를 했다.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고, 새벽 시간에 시골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은 다 주무실 시간이었다. 119의 도움으로 구급차가 왔지만, 새봄이가 구급차 내부를 보더니 무서워서 못 타겠다며 길바닥에 드러누웠다. 결국, 택시를 타고 새벽 2시 20분에 대학 병원에 도착했다.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서 집에 와서 겨우 잠들었지만 토요일 아침에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일요일 새벽에 다시 응급실로 갔다. 이번에는 피검사를 진행했다. 탈수가 많이 진행되어 수액을 2시간 채웠지만, 입원은 불가능했다. 중증 환자 아니면 입원이 안된다고 의사쌤이 말씀하셨다. 정말 울고 싶었다. 새벽 4시에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겨우겨우 아이는 잠들었지만, 다시 일어났다. 일요일 하루 종일 새봄이는 먹지 못하고 해열제와 처방 약만 먹고 누워만 있었다. 급기야 월요일 아침에는 새봄이가 자신의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배가 아프면 저럴까 싶어서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한 소아과 병원에 전화를 했다.(이 병원은 코로나 때 수도권에서 입원이 안되면 구리시 소아과 병원으로 간다는 맘 카페 엄마가 알려준 정보였다.) 다행히 입원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택시를 타고 35분 만에 도착했다. 아이 상태를 보시더니 의사쌤이 피검사를 하자고 하셨고 곧바로 수액을 맞았다. 피검사 결과 노타바이러스 장염균에 감염된 것이였다. 아이가 탈수가 심해서 이틀 정도는 입원하는 걸 권하셨다.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고 아이에게 무척 미안했다. 구리시 병원으로 주말에 그냥 올걸... 혼자 자책하며 입원실로 입실했다. 그동안 나도 먹질 못하니 눈 밑이 떨리고 있었다. 새봄이가 환자복을 입은 사이에 병원 점심이 나왔는데, 허겁지겁 먹었다. 새봄이는 미음 몇 수저만 먹고는 다시 누웠다. 4인실에 있었지만 그동안 잠도 못 잤기에 1인실로 급히 변경했다. 새봄이는 이틀 동안 수액과 몇 번의 위에 좋은 주사를 맞으며 차츰 기력을 회복했고, 수요일 점심에는 일반식을 소화했다. 복통과 설사도 없었다. 의사쌤은 퇴원해도 된다고 하셔서 2박 3일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왔다. 병원에서 세수도 머리도 감지 못했다. 옷도 2박 3일 동안 그대로 입었었다. (급히 바지만 병원 앞에서 샀지만) 그야말로 꼬질꼬질한 상태였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들을 다 세탁기에 돌렸다. 새봄이는 예전 모습 그대로 활발한 아이로 돌아와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갑자기 마시고 싶어졌다. 새봄이에게는 바나나를 먹게 하며 카페로 갔다. 나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정말 행복했다. 새봄이가 건강하다는 것, 그동안 평범한 일상이 그저 행복 그 자체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새봄이 아플 때, 남편이 출장 중이면 그렇게 남편이 미웠다. 남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남편도 지금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이 느껴졌다. 남편은 다음 주 화요일 한국에 온다. 그땐 마음과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해줘야겠다. 우리 세 식구는 5월 1-3일까지 부산 여행을 떠난다. 2주 동안 해외출장으로 인한 남편의 서프라이즈이기도 하다. 평범한 일상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