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요즘 황보름 작가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녀는 공대생으로서 LG전자에서 열심히 일한 직장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소설가가 되었다. 나도 한때 공대생이었기(비록 중간에 문과로 편입은 했지만) 때문에 그녀의 이력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설책을 읽는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각박한 현실이나 미디어 세계에서 자극적인 것만 보다가 마음 편해지는 소설을 읽으니 황보름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녀가 낸 책들을 읽기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매일 읽겠습니다>, <단순 생활자>책을 연달아 읽으면서 그녀의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글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한 생활이 좋은 건,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깃든 생활이라서다. 내 삶과 동떨어진 것들이 아닌, 내 몸과 마음에 밀착된 매일의 일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을 쓰는 생활, 이런 생활을 보내다 어느 날 뚜렷이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만족감. (중략) 나의 에너지와 몸과 마음이 서로 호응하며 만들어낸 일상은 오롯이 나의 일상이었다."(p.254) <단순 생활자>
그녀는 자신의 삶을 아우르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단순'을 떠올렸다고 한다. ' '단순' 어라..그럼 내 삶을 아우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이번 주 내내 생각 중이다. 내 삶을 아우르는 단어라...'육아?' '전업?' 여기에 '생활자'단어를 붙여서 '전업 생활자', '육아 생활자'라고 혼자서 단어들을 붙였다가 떼었다가 해봤다. 또한 이과생인 그녀가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을 그녀의 책들을 읽으며 추론한 결과, 그녀는 꾸준히 소설책을 읽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상상을 즐겼던 것 같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 스토리'에서 그녀만의 서재 방에는 다양한 소설책에 대한 글이 있었다. 다독 가인 건 분명한 듯하다.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나도 소설가 그거 한번 해보고 싶다.' 개그맨이자 요식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명환은 말한다. "자신만의 고정관념을 깨세요" 나에게 고정관념은 소설책은 못 읽겠다는 것, 글쓰기는 나에게 어렵다는 것, 이 나이에(40대 중반) 뭘 할 수 있겠냐는 것. 이 정도가 생각났다. 소설은 나에겐 어렵다는 편견, 43살에 뭘 할 수 있겠냐는 편견, 첫 책이 보기 좋게 망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유명 작가가 될 수 있겠냐는 편견?
황보름 작가의 책들과 브런치 글들을 읽으면서 같은 이과생였는데, 누군가는 소설가가 되었고 누군가는 그냥저냥 사는 독자가 되었다. 작가의 이력이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면 작가가 쓴 책들을 연달아 읽어보라. 그러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작가인지 뚜렷이는 아니어도 글들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좀 더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길러보자.
"오랫동안 나는 책의 저자나 제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자가 누구든, 제목이 뭐든, 재미있으면 그뿐이었으니까. 그러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언젠가부터 저자가 신경 쓰였고,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저자와 책 제목을 연결 짓고,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을 손꼽기 시작하자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작가와 독자가 활자를 매개로 만들어 가는 흥미로운 지적 세계가."(p.78) <매일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