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4월 중순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내 마음까지도 설레었다. 오늘따라 내 손에 있는 초록색 도시락 가방까지도 예뻐 보였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설 때 꼭 다짐한다. ‘오늘도 책 읽고 배우리라.’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배우리라는 마음이 강박이 되었을까? 도저히 책 읽기가 안되었다. 이런 날은 내 마음까지도 조급해진다. 그것도 그럴 것이 생전 읽지도 않던 고전을 읽으려고 앉아 있으니 나도 모르게 헛 생각이 들고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이럴 때는 내가 좋아하고 마음 편해지는 책을 읽는다. 안되겠다. 긴급 주사를 놓아야 하는 순간이다. 조급한 마음은 없어져라! 얏!
황보름 작가의 <단순 생활자>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막상 노트북 앞에 앉자 부풀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 반대의 마음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더 정확히는, 글을 못 쓰겠다는 마음”
(p.112)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눈은 멈췄다. ‘어..나도 글쓰기랑 책 읽기가 안될 때가 있는데, 이 작가 또한 글쓰기가 막힐 때가 있구나..이야..나만 막히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음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괴테의 말을 인용했다. “서두르지도, 쉬지도 말라” 조급한 마음을 버리되, 포기하지 말고 글을 쓰기 위해 자신만의 흐름을 이어나가라는 뜻이다. 작가는 괴테의 말을 읽고는 몸의 리듬이, 뇌의 리듬이 글을 쓰게 만드는 흐름을 찾기 위해 사부작,,사부작,, 자신만의 일상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생각은 글쓰기를 염두에 두되,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물건이 필요하면 마트도 다녀오고, 매일 걷고, 집안 정리도 하며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렇게 일주일, 2주.. 한 달이 넘어가자 서재 방에 있는 노트북을 물끄러미 보게 되었고 평소처럼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한글을 연다. 예상과 다르게 두통도 없고 답답한 마음도 들지 않아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나도 삶에 적용시켰다. 책 읽기가 안되는 날에는 그날 알게 된 한 문장만 다이어리에 적고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이후 단순한 생활자이자 엄마, 아내의 역할을 감당했다. 밤에 잘 때 다이어리에 내일의 도서관 책 읽기는 달라지리라 다짐 글을 적었다.
+생전 모르는 고전이 아닌 우선, 내가 좋아하고 읽기 편한 책을 먼저 읽기
++ 점심 먹고 나서는 곧바로 자리에 앉아서 책 읽기 말고 충분히 산책하기
+++이후 도서관에서 철학 책과 과학 책 10쪽씩 읽기
이렇게 적고는 다음날 도서관에 갔다. 에세이를 시작으로 책 읽기를 하니 1시간이 후딱 가 있었다. 이후, 철학 책 읽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도서관이 역 근처에 있어서 걸어서 올리브영에 갔다. 평소 사고 싶었던 파운데이션도 테스트 차원으로 발라보고 립밤도 발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언덕길을 다시 올라 도서관에 왔더니,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오늘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a4용지 반장이 뚝딱 만들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후 책 읽기를 마저 하고 집에 가서 a4용지 반장을 마저 완성시켰다. 이런 날은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부터 글쓰기 또한 나에게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매일은 아니에도 일주일에 몇 번은 글을 올려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관념? 이랄까? 매일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큰 산처럼 느껴졌다. 이에 대해 발췌했던 고명환 작가의 글이 생각났다. "행운이 찾아오는 때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당신의 때가 있다는 것을 믿고 꾸준히 숫자를 키워가라. (중략) 행운은 반드시 온다.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성장하고 있으면 된다." (p.116)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맞다. 서두르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묵묵히 성장할 것. 매일매일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공부가 잘되는 날도 있겠지만 때론 우울한 날도 있겠지! 그럴 때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오늘 할 일에 집중하며 나의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도전하지만 실패하는 것은 조급한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사실, 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조급한 마음 때문. 도서관 책 읽기 경험을 통해 나는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황보름 작가의 글이 내 마음을 울렸다. "흐름의 초입이 눈앞에서 찰랑거렸다."(p.120) <단순 생활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