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오늘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목, 금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도시락 매장에서 일한다. 점심시간에만 하는 알바인데도, 매장에 가는 길이 긴장이 되었다. 다시 학원 강사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았다. 아이 봐줄 사람도 마땅치 않기에, 우선 점심시간에만 하는 알바라도 하고 싶었다.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지만, 때론 집과 도서관에만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많았다.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알바를 시작했다.
11시 20분쯤 매장에 도착하니 사장님 혼자 주문을 받고 도시락을 만들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매장 유니폼을 입고 사장님 옆에서 도와드렸다. 오늘 할 일은 밥을 정량에 맞추는 것이다. 보통 도시락 밥 양이 230g 정도 된다. 메가 도시락은 370g까지도 된다. 30대 남자 직장인 고객들이 많았기에 메가 도시락밥을 내가 정량에 맞췄다. 매장에서는 매장용 그릇을 사용하기에 설거지가 많이 나왔다.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 반찬 그릇까지 설거지하고 분리수거까지 마쳤다. 남편이 전날 "돈 버는 게 쉬운 게 아니야. 쉽지 않을 텐데.. 할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 매일도 아니고 주 2회이니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오늘 해보니 2시간 반 동안 서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건강해서 아이 유치원에 있는 동안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알고 보니 매장 사장님도 20년 이상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셨다고 한다. 50대 후반이 넘어가면서 수학 강사 일이 지겹기도 하고 나이가 많아서 교육 트렌드에 못 맞추는 것도 있어서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셨다고. 사장님은 아이가 어릴 때는 일하기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 60대에는 뭘 할 것이냐고 농담 삼아 나에게 물어보셨다. 오후 2시가 되어 매장을 나오면서 내가 60대가 되었을 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