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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완벽한 엄마

육아 일상

by 천지현


우연히 <경품의 여왕> 영화를 보게 되었다. 10남매를 키우는 엄마 이야기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무능력한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10남매에게도 긍정적인 말을 나누며 삶을 꾸려나간다. 우유값이라도 벌기 위해 경품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조그만 대회에서부터 경품을 싹쓸이한다. 가장 큰 경품 대회에서도 1등을 하게 되면서 가정의 살림이 나아졌고 아이들도 잘 키워 독립하게 된다. 이 영화는 미국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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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딸이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려다가 분 가루가 거실에 쏟아지게 된다. 엄마는 막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상황에서 거실이 엉망이 된 걸 보게 된다. 딸은 "엄마, 미안해요"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만약, 엄마가 문을 더 일찍 열어줬더라면, 우유 아저씨 우편배달부가 오기 전에 갔을 테고, 그럼 오늘 저녁에 우린 아무도 우유를 못 먹었을 거야." "그러니까, 넌 잘못이 없어"라고 혼내지 않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혼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 하나 키우면서 "힘들다"말을 달고 사는데..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내고 아이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무능력한 남자에게도 늘 격려를 한다. 이에 리뷰 댓글에 '나 같으면 진작에 이혼했다' '무능력한 남편을 인정하는 주인공 리스펙 한다'라는 댓글이 많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어제 시댁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시댁에 있는데, 친동생이 전화를 했다. 나는 동생이랑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계속 이모 바꿔달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는데도 통화가 길어지니 아이는 떼쓰기 시작했다 "빨리... 이모 바꿔줘.. 나도 통화하고 싶어" 급기야 동생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전화를 끊고 아이를 혼냈다. 아이는 웃기만 하면서 더 떼를 쓰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아이 머리에 군밤을 때렸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고,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안방에 가서 위로를 해줬다.




시어머니는 아직 6살도 아기라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이후 아이를 재우고 시댁 거실에서 이 영화를 보는데, 마음이 착잡했다. 내 본성의 밑바닥이 이렇게 추악한가 싶어서 잠이 쉽게 오질 않았다. 이 영화가 실제 이야기라니.. 주인공이 나에겐 완벽한 엄마이자 오히려 여신 같기까지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내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할 순간이 수시로 찾아온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힘들다. 그럼에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주는 행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는 잊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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