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나는 일주일에 이틀, 두 시간 반, 아르바이트한다.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무료하기도 하고 반찬 값이 너무 올라서 단기 알바를 시작했다. 한솥도시락 매장이다. 도시락만 잘 싸면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도시락 메뉴가 많다는 거다. 오피스 상가 매장이라 점심시간이 바쁘기에 사장님이 알바를 채용한 것 같다. 이제 일한 지도 한 달 되어가는데, 아직도 어리바리하다. 결국 어제 일이 터졌다. 아직도 도시락 메뉴를 헷갈리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아이 낳고 6년 만에 사회 첫 진입인데, 알바마저 어리바리하다. 일 끝나고 사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일주일에 이틀 나오니 도시락 외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도시락 메뉴 하나를 통해 다른 도시락 메뉴도 비슷하니, 조금만 생각하면 외울 수 있는데 내가 그럴 아예 안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는 것이다. 이번 달까지 해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다. 남편과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단돈 20만 원 버는 것도 힘들지? 난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사장님도 한때 수학학원 강사였다고 한다. 나이가 50대 후반이 되니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해서 한솥도시락 매장을 오픈하셨다고 한다. 나에게 "아이들 가르쳤봐서 알잖아요. 하나를 알려주면 응용해서 그다음 건 할 수 있는 거요. 근데 아이가 그걸 못 하면 답답하잖아요. 지현 씨가 그 상황이에요"
어제 알바를 하며 내 생각은 명확해졌다.
더 열심히 읽고, 쓰리라.
우선, 지난달 부산 여행 카드값이 폭발 직전이기에 당분간 알바로 메꿔야 한다.
남편 월급으론 부족한 상황이다.
나도 한번 알바돈이라도 받아보고 싶다.
사회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단기 알바를 하면서 나의 독서, 글쓰기, 책 출간까지 베스트셀러 전업 작가가 되어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윤정은 작가의 장편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말한다.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중략)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p.69-70)
전업 작가가 되는 그날까지 나도 나의 꿈을 향해 노력해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