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요즘 새봄이 등원마다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새봄이랑 등원차를 함께 타는 아이들 엄마와의 관계문제다. 매번 아이랑 함께 마주쳐야 하니 낯가림이 있는 나로서는 등원차를 기다리면서 어떤 말들을 해야 할지, 침묵의 시간이 참 두렵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새봄이가 친구들과 등원차 자리를 놓고 누구랑 앉겠다, 내가 창문 쪽에 앉겠다는 등 다양한 변수가 매일 생겨서 새봄이가 울 때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울 때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새봄이는 밑에 단지에서 먼저 탈게요."
이후, 아이들 엄마들 등, 하원길에 만나진 않았지만 놀이터에서 다시 만나니 참 어색했다. 다른 유치원 엄마들도 등원길에 마주했던 터라 나와 새봄이가 밑에 단지에서 등. 하원하니 눈빛이 달라졌다. "무슨 일 있어요?"라는 표정. 한국 사람들에게만 장착된 '눈치'가 발동되었다. 난 사태를 파악하고 스스럼없이 엄마들을 대헀다.
누구 엄마랑 싸운 적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만의 사회생활 눈치를 보여주었다.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사적인 그림 읽기>에서 미국을 대표했던 화가 호퍼의 그림 설명이 나온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작품인데, 이 그림을 보고 저자는 고독하면서도 편안한 자신만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연결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고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 집착하거나 나를 바꾸면서까지 사랑받으려 하지 않았다. 고독은 나를 나로 만들었고, 그런 나를 지키고 사랑할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그래서 여전히 자기를 위해서나, 자기 곁의 사람들을 위해서나 때때로 고독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p.67)
아파트 단지에서 늘 무리 지어 다니는 엄마들을 볼 때면 '왜 난 친한 엄마들이 없을까?' 고민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새봄이가 나날이 크면서 나도 내면이 단단한 엄마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친한 엄마가 없으면 어때? 내 가족 잘 챙기고 또 나랑 맞는 엄마 있음 그때 친해지면 되는 거지 뭐~'라고 쿨하게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다. 동네 엄마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균형이 있어야 한다. 때론 혼자 있으면서도 모일 때 함께 수다한판!
요즘같이 인스타 파도타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시대에 나만의 '고독 능력'을 키워 나만의 숨을 통해 사회생활도 가정생활도 잘 이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