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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엄마들과의 등산 모임

육아 일기

by 천지현

"등산 모임 만들려고 하는데 시간 되세요?"


새봄이 하원 후, 놀이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끔 보는 동네 엄마가 왔다. 반갑게 인사하고 새봄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등산할 수 있냐고 대뜸 묻는다. 나는 박수를 치며 좋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아파트 엄마 등산 모임이 결성되었다. 나까지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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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였던 어제 각자의 아이들 등원시키고 오전 10시에 111동 앞에서 만났다. 생수병과 손수건 챙겨서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남한산성 근처라 공원 입구에 '해충 기피제'약이 비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차례로 팔, 목덜미, 바지에 뿌렸다. 이후 출발! 오르막길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갈수록 가팔랐다. 나는 혼자 뒤에서 헥헥 거리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산 모임 주선자 엄마의 인도?로 정상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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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리막길이었다. 오르막길이 가파르면, 내리막길은 좀 평평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스틱이 있어야만 하는 경사였다. 등산을 미혼 이후 처음해 본 나는 제일 뒤에서 엉덩이 자세로 내리막을 내려와야 했다.

거의 한 시간의 등산 후, 각자 집에 가서 씻고 한 엄마집에 모여 맛있는 밥을 배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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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포케 음식을 시켰다. 잡곡, 연어, 부채살 등 다양한 잡곡, 견과류에 간장이나 참기름 등을 버무려 먹는 하와이식 전통 음식을 말한다. 연어, 부채살, 두부 포케과 부채살 샌드위치 등을 시켰다. 정말 꿀맛이었다. 등산 주선자 엄마는 운동 마니아였다. 집에서 일명 '천국의 계단' 운동기구를 사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한다고 했다. 자신은 빵과 과자를 너무 좋아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나도 빵은 하루 하나씩은 꼭 먹는데, 그 엄마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먹는 즐거움으로 사는데, 빵을 많이 먹으면 더부룩해서 속상해요"


순간, 내 마음이 움찔했다. 나도 새봄이 등원 시키고 하루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은 먹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먹는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가! 내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등산 모임을 잘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주에는 남편 등산 스틱을 챙겨서 가야겠다. 다음 주 금요일 등산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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