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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서른일곱)

'저렇게'된다! 에서 '저렇게'가 되었습니다.

by 하루하루


얼마 전, 여전히 바쁘지 않지만

즐겁게 보내려는 하루.



우리는 군 관사에 사는데 유치원도 안에 있다.

사실 사복이라 관사 유치원생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일은 벌어졌다.



발이 곪아 잘 걷질 못해 늘 차만 타고 다니는 나.

봄처럼 날이 따뜻해 진통제를 과다복용 후

혼자 아장아장 걸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그러다 마주친,

여섯 살 쯤으로 보이는 과자를 손에 든

'무교양 새싹이'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엄마, 저 아줌마 손 왜 저래?

-엄마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돼~! 그러니 엄마 말 잘 들어야겠지?



.........?

내가 뭘 들은 게야?

..... 오호~! 드디어 오늘 내가 원하는 날이 온 건가?

싸움. Fight. I love it♡



난 정말 호전적인 성격이다.

(걸어오는 싸움 환영합니다.)



생각해 보니 이어폰을 보고

내가 못 듣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마! 이게 골전도 이어폰이다!)

나는 ,


-야! 너!


하고는 큰소리로 불러 세웠다.

내가 부를 줄 몰랐는지

무교양 애엄마가 놀랐다.

( 들으라고 한 소리 아닌가? 왜 놀란 척 하지?)



나는 무교양 새싹이에게 말했다.



-너 아줌마말 안 들으면 너네 엄마처럼 된다. 뚱땡이.

그러니 뚱땡이 되기 싫음 아줌마말 잘 들어야겠지?

길에서 과자 먹지 말아요~.

너네 엄마처럼 돼지 되고 싶어?



음식물 쓰레기통 카드를 안 찍어 삐삐 소리가

시끄러워 잠시 가서 찍고 있는 사이,

애 엄마가 애를 끼고 뛰고 있었다.

난 쫓아가고 싶었지만 발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



-어디가! 뚱땡아!! 거기 안 서!!



162cm, 35kg인 나보다 마른 사람은 없다.

외모 공격에는 똑같이 외모 공격!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위에 봐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아쉬웠다.

제대로 망신을 줘야 소문이 날 텐데~!

관사니 참아야 했다.

남편 얼굴에 먹칠은 안되지. 암요. 암요.



십여 년 전 결혼 했을 때까지만 해도

꼰대문화가 있었다.

여자들도 no.1 아주머니께

소집되고는 했었는데.

물론 그때에도 난 안 나갔다.

(밴드 초대되면 바로 탈퇴.)



지금 내가 딱 그 위치인데~

요즘 그랬다가는 신고당한다.

하지만, 저 물건....

내가 마음 먹으면 잡을수도.



여담으로,

요즘 난 딩크족임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엄마들이 키운 애들이 커서

만드는 대한민국.

어떻게 될까? 내 자식이 그런 세상에 저런 애들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걱정될 것 같다.



'엄마말 안 들으면 저렇게 된다.'에서

'저렇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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