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에 낸 첫 앨범 "프롤로그"의 첫 곡이다.
당신의 초상화, 사진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이 노래는 첫 앨범의 첫 곡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동시에 이렇게 유치한 가사를 가지고 아련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한 곡이다.
가사의 내용은 너의 웨이브진 앞머리가 무척이나 멋져서 쑥스럽게 몰래 찍어서 감상하고 있다. 너와 보트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남으로 남은 채 볼 일도 없었을텐데, 날 보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조금만 사랑을 나눠달라, 너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좋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가사는 10대의 청소년이 할 수 있을 순수한 사랑의 내용이며, 이성에 대해 잘 모를 때 서로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둔 채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가사에 주목하지 않고, 멜로디만을 들었을 때 왜 이 노래가 낭만적이고, 아련하게 들리는가?
나카모리 아키나의 발라드가 특이한 점은,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매번 목소리가 바뀐다는 점이다. 단순히 그녀가 흡연자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바꾼다는 것이 느껴진다. 첫 앨범인 프롤로그 안에서도 "당신의 포트레이트"와 "슬로우 모션"의 목소리의 느낌이 다르다. 곡의 리듬,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바꿔서 배경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목소리의 변화폭이 커진다. 같은 발라드여도 1987년의 "난파선"에 이르면 목소리가 아예 달라지고, 호흡법도 달라진다.
https://youtu.be/yMLuibtwDGk
난파선에서 목소리가 절규에 가깝다면, 1989년 "Liar "에서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체념한 것에 가깝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Liar 활동 중에 자살을 시도했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노래를 부르지 못한채 방황하게 된다.
결국 이런 목소리의 변화나 감정의 풍부함은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가수가 자신의 곡을 선보이는데는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곡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노래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최종적으로 정서 그 자체를 전달해야만 한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정서를 전달하는데 천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연기를 잘하는 탓도 있지만, "나" 자체가 텅 비어있어서,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자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에 정서나 배경에 따라 자신을 자유자재로 맞추어 가는 것이다. 그런 배경에 대한 민감함, 일치감이 극에 달하면, 인간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1987년 이후에 나카모리 아키나가 부른 발라드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건 예술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삶 그 자체이기도하다. 주변의 상황에 너무나도 동화되어서 스스로를 잃어버린다는 것. 그건 끔찍한 일이지만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거라는 호소가 느껴지기 때문에, 즐겨 듣지 않지만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1982년, 데뷔 초에 나온 발라드는 즐겨듣는다. 그 곡들에는 아직 단편적인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절의 곡들에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황에 대한 과도한 동화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콘서트는 데뷔곡인 "슬로우 모션"으로 엔딩을 장식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슬로우 모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되기 때문에 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