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8)

잉걸불

by ou pire

https://youtu.be/qJpuk3HYWFg

이 곡은 아예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전적으로 네이버 블로그 "길짐승"님의 해석을 참조했다.

https://blog.naver.com/kilman1237/222120660269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보면, 가장 뜨거울 때는 불이 훨훨 타오를 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센 불길이 타오르다가 순간의 정적이 일고, 시각적으로 은은하게 타오르는 상태가 가장 뜨겁다. 그래서 불이 잠잠해졌네, 하고 가까이 다가가다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잉걸불은 그런 상태를 뜻한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정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상태가 잉걸불이다. 이러한 상태를 욕정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 이 곡이지만, 꼭 대상을 사랑에만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나카모리 아키나가 관심가지고 있는 테마는 "열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술어는 "eros"이다. 철학, Philosophy를 풀어보면, philos(사랑) + sophia(지혜) = 지혜에 대한 사랑임을 알 수 있다. 필리아는 에로스보다 더 중립적인 용어로, 우정이나 우애까지 포함하는 단어이다. 사실 철학의 어원을 생각해보면 필로소피보다, 에로스소피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본다.


플라톤의 "향연"은 사랑, 즉 eros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아가톤의 비극대회 우승을 기념하는 잔치에 모인 명사들이 eros신에 대해 돌아가면서 찬미하는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여사제 디오티마에게 배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뒤에 등장하는 주정뱅이 알키비아데스의 이야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자. 알키비아데스는 미남이다. 그런데 추남인 소크라테스를 사랑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이 소크라테스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에게는 자신에게 없는 정신의 강인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알키비아데스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아름다운 정신까지 가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의 연설술과 일화를 보았을 때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그를 사랑한다고 찬양한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영원한 결핍의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에게 없는 것, 결핍된 것에 대한 영원한 갈증과 갈망으로 인해서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타인을 사랑하게 된다.


라캉은 플라톤의 향연을 분석하면서,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아갈마"를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아갈마가 바로 "대상a"이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에게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았다고 이야기하고, 환상에 빠지지만, 소크라테스는 나에게 그런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알키비아데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대상a라는 환상이며, 소크라테스는 나는 공백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분석가의 위치에 서 있다.


인간이 욕정을 불태우는 순간은 대상에게서 대상a를 바라본 순간이다. 그런데 사실 사물의 본래 모습은 공허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체가 바라보는 대상a란 잡힐 것 같으면서 잡히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러한 신기루가 욕망의 본질이며, 원인이라는 것이 중기 라캉의 생각이다. 또한 플라톤으로부터 이어져 온 사랑과 욕망의 본질적 기원이다.


이 노래 "잉걸불"에도 나오듯이 서로 얽히는 이마쥬(환상)를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추락하고 만다. 이마쥬를 해석하면 그 뒤에는 공허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욕망이 존재하려면, 주템므와 같이 사랑한다는 말도 필요하지 않다. 언어적 해석이 개입하게 되면, 욕망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상에 언어가 개입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망이 존재하려면, 잉걸불과 같은 환상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러한 이미지가 내면에서 불타는 순간, 대상a가 유지되며 대상에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곡에서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마지막 '아듀'는 잉걸불이 그 힘을 다하여 소멸하는 순간을 그리는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이 잉걸불이 되어버려 죽음에 이르렀다는 뜻일까? '아듀'를 외치는 대상은 누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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