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na chance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진실되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정신분석적으로는 환상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환상이 없다는 것은 관계유지에 있어서 큰 패착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환상으로 이루어진다. 상대에 대한 판타지가 없다면 만남이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은 재미있는 존재라서 상대에 대해 알고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모르는 부분이 없으면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모르는 부분으로부터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부터 환상이 출현한다.
흔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거짓말이나 속임수의 시대라고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진실의 알약이냐 거짓의 알약이냐를 선택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때로는 거짓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럴까? 진리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온다. 진리란 고통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냉혹한 것이기 때문에 괴롭다. 진리를 선택하면 기존의 환상이 파괴되고 세상이 날 것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에서 진실의 알약을 선택한 네오는 원통에 담겨서 에너지를 뽑히고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고 고통스러워한다. 매트릭스 세상에서 인류는 기계에 정복당했고, 에너지 셔틀 신세를 면치 못한다. 영화의 중반부에 가면 가짜알약을 선택했어야하는데, 모피어스에게 속아서 진실의 알약을 선택한 자신을 비판하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물론 그 캐릭터는 악마에 비유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진실이란 괴로운 것이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믿을 사람에 대해서 진실을 알고나면 허망한 기분이 든다. 괴로운 기분만이 남아버린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면 그건 진실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거짓말의 세상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해 어느정도의 진실을 전달하는 소통수단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진실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알려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카모리 아키나의 이 노래 I wanna chance의 시작부분처럼, 안개에 싸인 채로 관계의 진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이 노래는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은 채로 애매하게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아프더라도 진실을 알고서 살아갈 것이냐?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다음 곡을 보면 아프더라도 진실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환상으로만 살아가기에는, 가짜의 알약을 먹고 이게 사실이야, 사실이 틀림없어라는 주문을 외우며 살아가기에는, 그러한 삶을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살면서 언젠가는 진실에 마주쳐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이 곡에서 말하는 찬스인 것이다. 그 찬스를 놓쳐버리면 영영 환상의 주문에 매몰되어 나 자신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