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이 아니야 눈물은
Bitter&Sweet 1번 트랙에 실려있는 "장식이 아니야 눈물은"이다.
이 곡은 싱글앨범으로 1984년 11월에 발매되었고, 나카모리 아키나가 본격적으로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첫 곡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 곡에서부터 특유의 허스키한 창법이 부각되며 시대배경과 모순되는 우울함이 나타나고 거기에 더불어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이 녹아들기 시작한다.
원래 아이돌 시절의 나카모리 아키나는 "불량소녀"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을 깔보고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까지 보이는 불량소녀 컨셉으로 대박을 치면서 일본 가요계에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 귀여운 외모와는 정반대 되는 불량소녀 노선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나카모리 아키나가 그 노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녀A나 금구, 십계로 대표되는 불량소녀 컨셉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딱히 애착을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무대에서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
이 불량소녀 컨셉을 총체화한 "십계(1984)"에서 나카모리 아키나는 독특한 창법을 보여준다. 일명 "아키나 비브라토"라고 불리는 것인데, 가사의 뒷부분을 길게 끌어서 부르는 방식이다.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십계의 라이브 무대에서 그걸 선보였다는 것은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일화를 읽으면서 꽤나 반성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제대로 된 스승님들께서는 항상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본기에 충실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그걸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일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혹은 공부를 하면서 기본기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업무처리에서 기본기가 없고 요령 쓰는 것부터 배우면 정작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요령부리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머리로는 알게 되었다. 문제는 실천이 어려웠다.
기본기는 지겹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숙달해야만 기본기가 몸에 익는다. 이런 지겨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의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실제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아이돌, 그중에서도 불량소녀 컨셉을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왜냐하면 그걸 좋아하는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본질은 자신을 봐주는 팬들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아이돌의 기본기이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기본기를 확실하게 다진 이후에, 아이돌을 뛰어넘어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자기만의 노선을 중학생 때부터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를 듣고 나서 이 사람은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곡인 "장식이 아니야 눈물은"의 무대를 보며 생각한다. 기본기를 다진 이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이 곡으로부터, 이 앨범으로부터 그녀는 자기의 본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노력의 총체이며 결과물과 같은 이 곡이 더욱더 의미가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본기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