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Bitter&Sweet의 세 번째 곡인 예감은 다른 곡에 비해서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다른 곡들은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노래를 듣기 때문에 익숙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나카모리 아키나에 대해서 먼저 책 한 권을 습작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다.
브런치에 승인을 요청할 때는 3편 정도의 글을 먼저 올려서 승인이 됐던 것 같은데, 원래 이 글들(악마의 춤)은 내가 습작했던 책의 도입부였다.
원래 나카모리 아키나에 대해서 글을 써서 책으로 내려고 했다. 다 쓰고보니 아무 곳에서도 내줄 곳이 없을 것 같고, 자비로 내려고도 했지만 결국에는 포기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썼던 원고를 블로그에 연재할까 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어서 이곳에 발표하게 됐다.
그런데 브런치에 연재를 하다 보니 통으로 묶어서 글을 내면, 나카모리 아키나가 한국에서 모두에게 다 알려진 유명가수가 아닌데 나만 알고 있는 노래와 그에 대한 사항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형식을 바꿨다.
그래서 유튜브에 공개된 음원을 링크하고 곡들에 코멘트를 붙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기존에 써놨던 책을 해체하여 한 곡에 하나의 메모 형태로 바꾸었다. 그래서 그 메모를 보고 다시 노래를 들어보고 영감을 얻어 글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메모의 내용이 없는 곡들이면 글로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메모가 공백으로 남은 곡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곡이 바로 이 곡, 예감이었다.
예감이라는 노래 자체가 형식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데다가 뭘 말하는지가 너무 뚜렷해서 더 이상의 해석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서정가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사랑하는 연인에게 나를 차라리 미워하든지, 헤어지자고 말하든지 무슨 답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구성의 노래이다. 화자의 심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잘 써진 가사이며, 멜로디이다. 그런데 이미 제목이 "예감"이기 때문에 연인들의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답이 나와있음에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답을 말해달라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진실을 말해달라는 가사는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처음에 "어차피 미움받는다면 마음껏 미움받고 싶다"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이제 지쳤다"로 끝난다. 이별을 암시하는 노래임이 형식적으로도 드러난다. 그래서 더 이상 분석할 것이 없다. 노래만 한 번 쫙 들어보면 이해가 끝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뚜렷한 가사에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서 왜 이 곡이 3번 트랙이 되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를 계속 이 노래를 들어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보였다. 이 곡은 가사나 멜로디로도 승부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본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노래였던 것이다.
이 곡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예감"이라는 제목만 듣고 멜로디와 창법만 놓고봐도 꽤나 침울하고 우울한 곡임이 드러난다. 가사에 집중하지 않아도 어떤 예감인지가 느껴진다. 이 곡에서 나카모리 아키나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전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의 느낌을 그대로 자신의 느낌으로 가져와서 부르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의 떨림과 같은 부분도 존재한다.
이 곡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해도 감정을 담아 악센트를 넣어 발음한다. 그리고 한숨을 쉬는 듯한 발성을 통해 가사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에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서 전달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던 것 같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노래의 감정을 연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라이브 공연을 보면 노래하다가 자주 울기도 하며, 인사말 때는 웃고 있다가 노래가 시작하면 급정색하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메소드 연기를 해버리는 경우인데, 그런 모습 때문에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메소드연기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그때그때마다 감정이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연기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돌 시절에는 그런 연기 혹은 감정이입이 어색한 측면이 많았는데, Bitter&Sweet때로 오면 거의 완벽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불과 20살의 나이에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여 노래하는 방법을 깨우친 것이다. 그래서 콘서트 영상을 첫 글로 이 앨범의 리뷰를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 노래는 감정이입하는 능력을 극대화해서 부른 노래이며 그 능력의 정점에 도달하여 부른 곡이라고 본다. 따라서 가사나 멜로디가 아니라 아키나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들어본다면 새로운 시각에서 그녀의 음악인생을 예감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