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Wonder는 기존의 불가사의 앨범의 곡들을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배열하고 “불가사의”라는 신곡을 추가하여 1988년에 발매됐다. 불가사의 앨범의 곡들은 모두 리뷰를 끝마쳤기 때문에 이 미니앨범을 다시 리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이 글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똑같은 곡들이라고 하더라도 순서가 바뀌면 그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 게다가 불가사의 앨범은 나카모리 아키나가 최초로 프로듀싱한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음반에서 프로듀싱은 감독의 위치와 같다) 가장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그 앨범의 곡들을 2년이 지나서 다시 미니앨범으로 발매했다는 것은 그만큼 애착이 있었다는 뜻이며, 나카모리 아키나 음악세계에 있어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므로 글을 쓴다.
기존 불가사의의 구성 Wonder의 구성
1. Back door night 1. Labyrinth
2. 뉴 제네레이션 2. 잉걸불
3. Labyrinth 3. 불가사의
4. 마리오네트 4. 유리의 마음
5. 환혹되어 5. 마리오네트
6. 유리의 마음 6. Teen-age
7. Teen-age blue blue
8. 잉걸불
9. Wait for me
10. Mushroom dance
이번 Wonder에서는 불가사의에서 거의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여타 곡들과 똑같이 잘 들리도록 수정되었다. 팬들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또한 2년 전과 달리 목소리의 변경 없이도 “불가사의”를 표현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먼저 3번째에 위치하였던 Labyrinth가 최초의 곡이 됨으로써 기존에 표현되던 것보다 더 중요한 위치로 격상됐다. 잉걸불은 신곡인 “불가사의”의 앞에 위치하여 전작의 Wait for me를 예비하는 곡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똑같다. 유리의 마음 – 마리오네트 – Teenage blue로 연결되는 후반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앨범이 Teen-age blue가 끝나면 끝없이 연결되어 Labyrinth로 돌아가게끔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2.
기존의 labyrinth가 섹슈얼리티를 건드리는 충동의 멜로디였다면, 이 미니앨범에서는 명확해진 목소리와 더불어 또렷해진 멜로디로 추측하건대 “Wonder”의 세계에 초대하는 곡으로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기존의 잉걸불이 분열된 나에게 아듀를 외치는 곡이었다면 Wonder의 잉걸불에서 아듀는 현실세계에 작별인사를 고한다. 가장 가사가 안 들리는 곡이었는데 명확해진 이번 버전에 다시 포함되었다는 것은 잉걸불의 아듀, 데카당스, 추락과 같은 중요단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는 뜻이다. 미궁에 초대된 주체는 현실세계와 아듀, 데카당스, 추락의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불가사의의 세계에 진입한다.
이 불가사의한 세계는 나카모리 아키나의 내면 혹은 감상자의 내면의 세계. Wonder를 듣는 사람은 유리의 마음의 상태에 이른다. 유리의 마음은 고독하고 쓸쓸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나 투명해서 모든 것을 비추어주는 마음이었다. 투명하고 고독한 마음은 세상사의 풍파에 휘둘려 마리오네트, 조종인형의 상태처럼 휘둘리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불가사의에서 마지막에 내놓은 해법은 내면의 상태로부터 시간의 역전을 일으켜 Teen-age blue로 돌아가라는 것. 내면에 존재하는 나의 추억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영원한 사건 그 자체이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내면 안에 존재하는 특이하고도 절대적인 사건이다. 그래서 그 사건으로 회귀하여 Wonder의 다른 뜻인 경이로움을 찾으라고 말하며 앨범의 마지막 곡이 끝난다.
3.
그런데 Teen age blue는 까닭 없는 우울과 고독으로 방황하는 화자가 등장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이 끝나도 불가사의한 것과 감응했던 사람은 끊임없이 그 세계를 찾아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다시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다시 Labyrinth를 찾아 듣게 된다. 따라서 이 앨범은 한 번 빠져들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아키나월드의 개미지옥을 상징하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