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6) - 은하전설

불가사의라는 테마의 시작

by ou pire
데뷔 싱글앨범 커버

https://youtu.be/twFjXFXwDvo


나카모리 아키나의 데뷔앨범 "프롤로그(서막)"의 6번째 곡입니다.


사실은 이 곡인 "은하전설"로 데뷔할 뻔했습니다만, 여러가지 의견이 종합된 결과 "슬로우 모션"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곡, 은하전설은 신기하게도 나카모리 아키나가 평생에 걸쳐 노래하는 테마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시작부터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서, 연인, 바라만보는 사랑, 비밀스러운 떨림, 불가사의, 예감, 신화


예전에 어느 글에서 나카모리 아키나는 노래하면서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1982년, 중학생의 나이로 데뷔하면서 불렀던 노래의 주제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뜻은 데뷔 때부터 이러한 주제에 몰입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술을 신(절대정신)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진지하게 논했던 헤겔은 자신의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은 내면의 전혀 규정되지 않은 감각, 단지 심정의 무사고적인 음색에만 관계하며 의식 내에서 정신적인 소재를 가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음악적인 재능은 최소한 머리와 심정이 아직 비어 있을 때, 정신과 삶이 아직 스스로를 경험하지 않았을 때 이미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과 정신이 결여된 거장이 있을 수 있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헤겔 예술철학, 한동원 권정임 옮김, 미술문화, 86~87쪽에서 인용


헤겔은 예술을 저차원과 고차원으로 나눕니다. 음악의 경우는 정신과 매개되지 않아도 거장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서 약간은 낮은 레벨로 보고 있네요. 이 말은 음악의 경우는 나이어린 거장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음악은 정신과 매개되지 않았다는 뜻은, 산전수전 다 겪지 않아도 거장이 나올 수 있는 분야가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헤겔의 뉘앙스를 다시 살펴보면, 순간순간의 심정을 통해 표현되었던 멜로디의 형식들이 삶의 쓴맛을 겪고 정신과 매개될 경우에는 더욱더 고차원이 된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강의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재능이 뛰어난 기악 연주자는 탁월한 연주기술을 지녔을 뿐 아니라, 음악에 혼을 불어넣고 독창적으로 즉흥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연주를 한다. 그는 연주를 통하여 범작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든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헤겔의 음악 미학, 김미애 옮김, 느낌이있는책


헤겔에 의하면 음악은 내면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악기는 외면적인 것이라서 영혼이 없습니다.


내면(멜로디) + 외면(악기) = 음악


그런데 음악은 영혼이 없는 악기를 이용해서 내면을 최대한 표현합니다. 따라서 음악은 내면을 표현하는 것 , 영혼을 불어넣는 행위 그 자체가 됩니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목소리 또한 악기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악기의 연주가 이루어지는 멜로디 사이로 자신의 목소리를 뭉개버리는 행위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불가사의"라는 앨범에서 행해졌던 일이죠.


따라서 최종적으로 이 사람이 추구했던 것은 멜로디의 흐름을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붙잡았던 주제를 계속 반복합니다. 그 테마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죠.


1982년 은하전설에서 시작된 "불가사의"라는 주제가 1988년 불가사의라는 곡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88년까지가 나카모리 아키나의 음악인생에 있어서 1기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 이상을 하나의 테마를 붙잡아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태도는, 남들과 경쟁해서는 이루어낼 수가 없죠. 오직 자기 자신과만 경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https://youtu.be/8La9ICFbr8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404M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