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로망스 悲しい浪漫西(ロマンス)
슬픈 로망스에서 浪漫西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쓰이지 않는 한자입니다. 이 단어는 중국에서만 쓰이는 단어로 영어 Romance의 음차입니다. 중국은 영어단어의 발음에서 따와서 자기 고유의 한자로 바꿔버리는 음차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Romance의 발음에서 따와서, 浪漫西, 랑만씨로 읽는 것이지요.
이런 음차의 대표적 예시로 코카콜라가 있습니다. 중국어로 코카콜라는 可口可乐입니다. kěkǒu kělè 로 읽는데요. 한자를 풀어보면 입을 통해서 즐길 수 있다는 뜻까지 가지고 있으니, 음과 뜻을 동시에 고려한 초월번역이라고 말할 수 있죠. 게다가 한자 可는 동사형으로 병을 낫게 한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생강을 넣고 콜라를 마시는 민간요법이 있죠. 이걸 콜라탕이라고 합니다. 이런 민간요법이 왜 생기냐면, 바로 언어 때문입니다. 코카콜라를 可口可乐로 음차해서 쓰니, 그에 맞게 사람들의 인식구조가 콜라가 병을 낫게 한다는 뜻으로도 이어지는 것이죠. 이것이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기표의 순환입니다.
중국의 음차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일본 가수이기 때문에 굳이 로망스를 중국어를 가져다가 浪漫西라고 표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곡의 작사가는 대만-일본 혼혈인 허영자(쿄 에이코)입니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재일교포나 한국인, 혹은 중국인이나 미국인들과 작업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이라는 세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타자의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로망스를 굳이 浪漫西라고 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浪漫은 낭만이라는 그 뜻 그대로 한국어나 일본어에서도 쓰이는 낭만이라는 단어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西라는 단어를 붙여서 ce를 발음함과 동시에 이 단어가 서구로부터 기원했다는 의미를 담아냅니다. 동시에 나카모리 아키나는 浪漫西라는 단어를 가져옴으로써 로망스가 현재 일본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외부에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거품경제 시절에 넘쳐나는 잔치와 축제에는 로망스가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로망스라면 이 노래의 가사처럼 “하나가 되고 싶은” 융합적 사랑이거나, 그도 아니면 “너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애타는 갈망의 로망스여야만 하죠. 이 두 가사는 서로 상호보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융합으로부터 갈망, 자기애적 사랑으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으로 넘어가는 것도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당대 일본에는 그런 로망스가 없기 때문에 로망스라는 단어 앞에 카나시이, 슬픈이라는 형용사를 붙입니다.
따라서 당대 일본은 슬픈 로망스의 시대, 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서 중국어라는 타자의 시선을 가져와서 최대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그런 노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