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by ou pire

라캉은 정신분석은 과학이 아니라고 했다. 이 과학이 아니라는 말을 오버해서 해석해보면, 정신분석은 학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science = wissenschaft이기 때문에. science를 프로이트가 사용했던 독일어로 번역해보면 비센샤프트이다. 비센샤프트는 과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학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은 학문이 아니다. 그래서 나 또한 정신분석에 “학”자를 잘 붙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은 무엇인가? 라캉이 세미나1을 할 때 제목이 “프로이트의 기술론”이었다. 그건 일종의 테크닉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은 내담자의 증상을 다루는 테크닉이다. 그런데 적어도 테크닉, 기술은 도제식으로 훈련이 가능하다. 이 환자, 저 환자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구분짓고 그에 따라 적절한 기술을 응용하면 치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라캉이 계속 해보니 인간을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자체가 폭력적이었다.


왜냐하면, 정신분석에서 인간은 신경증, 정신병, 도착증, 자폐로 일단 나누어지긴 하는데, 흔히 정상인이라고 이야기되는 사람들이 모두 “신경증자”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이나 비정상인이나 모두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건 망상이기도 한데, 개인의 고유한 환상은 치밀하게 파고들어가서 보면 어차피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고유하고 독특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망상한다는 점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라캉은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정상성”을 규정해놓고, 환자들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하는 모든 시도가 헛짓이라고 본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또한 언제든지 비정상이라고 진단될 수 있으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망상에 고통받는 내담자(분석주체)는 그 증상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걸 정신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망상은 각자에게 고유하고 독특한 것이라서, 이걸 테크닉으로 적절히 처리할 수가 없다. 개개인마다 망상은 다 각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석주체 개개인에게 고유한 방식의 실천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정신분석은 과학도 아니고, 학문도 아니고, 기술도 아닌, 실천의 일종이 된다. 분석가를 찾아오는 개인 모두를 고유한 존재로 대할 수 있는 실천만이 필요할 뿐이다.

정신분석은 진리라는 장소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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