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엽의 목소리를 들어라

by 김종환

내 안의 현명한 왕, 전전두엽


우리는 성벽 위에서 불안에 떨며 경보를 울려대던 ‘늙은 파수꾼(편도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과잉 충성이 어떻게 우리를 만성적인 불안과 충동의 노예로 만드는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혼란스러운 내면의 왕국에, 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 안에는 분명히 왕이 존재한다. 그의 이름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PFC)’이다.


파수꾼이 성의 가장 오래된 구석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면, 현명한 왕은 가장 높은 탑의 가장 밝은 방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성급하게 칼을 뽑아 들지 않는다.


대신, 그는 성 전체의 지도를 펼쳐놓고, 모든 상황을 차분히 조망한다. 그는 ‘이성’, ‘판단력’, ‘자기 조절’, ‘공감’, ‘도덕성’과 같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고차원적인 능력을 관장한다.


파수꾼의 언어가 ‘위험하다!’, ‘도망쳐!’, ‘싸워!’라는 세 마디뿐이라면, 왕의 언어는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다.


그는 “괜찮다, 이것은 진짜 위협이 아니다. 잠시 기다려보자”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를 예측하고, “지금 나에게 정말로 유익한 선택은 무엇인가?”를 숙고할 수 있다.


그는 충동적인 파수꾼을 다독여 진정시키고, 폭주하는 도파민 엔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우리 내면의 유일한 최고 경영자(CEO)다.



왕은 왜 파수꾼에게 왕좌를 빼앗겼나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이토록 현명하고 강력한 왕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의 내면 왕국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성급한 파수꾼의 손에 휘둘리고 있는가? 왜 왕은 자신의 왕좌를 빼앗긴 채 힘을 쓰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왕이 ‘평화’ 속에서만 제 힘을 발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파수꾼, 편도체가 끊임없이 ‘거짓 경보’를 울려대며 성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우리 뇌는 즉시 ‘생존 모드’로 전환된다. 생존 모드 상태에서는, 시간이 걸리는 깊은 생각이나 이성적 판단은 사치다. 당장 눈앞의 위협(그것이 거짓된 위협이라 할지라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이때, 뇌는 현명한 왕(전전두엽)에게 공급되던 에너지와 자원을 끊어버리고, 모든 힘을 빠르고 본능적인 파수꾼(편도체)에게 몰아준다. 왕은 가장 밝은 방에 사실상 감금되고, 그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경보 소리에 묻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파수꾼과 그의 군대(투쟁-도피-정지 반응)가 성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


우리가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낄 때,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런 이성적인 생각도 할 수 없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왕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파수꾼의 쿠데타로 인해 왕좌를 일시적으로 찬탈당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이 쿠데타가 거의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는 내전 상태와 같다.



왕을 깨우는 놀랍도록 단순한 방법: 호흡과 알아차림


왕좌를 빼앗긴 왕을 다시 깨워 그의 힘을 되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수꾼의 군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또 다른 전쟁이라도 벌여야 하는 걸까?


여기에 명상의 가장 위대하고도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다. 왕을 깨우는 방법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행하는,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호흡’과 ‘알아차림’이라는, 놀랍도록 단순한 두 가지 행위에 달려있다.


* 첫째, 호흡: 파수꾼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안정 신호


호흡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면서도 동시에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숨을 깊고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내쉬기 시작하면, 현명한 왕(전전두엽)은 뇌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뇌간, 변연계)에 직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그 신호의 내용은 이것이다. “보아라, 내가 숨을 이렇게 편안하고 고르게 쉬고 있다. 이것은 지금 상황이 결코 생존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그러니 경보를 꺼도 좋다.” 이 의식적인 호흡은, 시끄러운 경보실로 연결된 직통 전화를 들어 파수꾼을 직접 진정시키는 것과 같다.



* 둘째, 알아차림: 왕의 귀환을 알리는 빛


‘알아차림(Awareness)’은 왕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것은 ‘메타인지’, 즉 나의 생각과 감정을 한 단계 위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아, 내가 지금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와 분리되어 그것을 바라보는 ‘왕의 시점’을 회복한 것이다.


이것은 왕이 캄캄했던 왕좌의 방에 ‘관찰’이라는 이름의 불을 켜는 것과 같다. 빛이 켜지면, 어둠 속에서 날뛰던 혼란은 그 즉시 힘을 잃는다.


이 두 가지는 특별한 재능이나 도구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연의 능력이다. 명상은 바로 이 잊고 있던 능력을 의식적으로 단련하여, 파수꾼의 손에서 왕에게로 권력을 되찾아오는, 가장 평화로운 혁명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운동법


현명한 왕, 전전두엽은 근육과 같다. 신경계의 가소성 때문에, 우리 뇌의 활성도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고, 꾸준히 사용하면 누구든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명상은 바로 이 ‘전전두엽 근육’을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헬스장이다.


그렇다면 운동 방법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명상 초보자들이 가장 ‘실패했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 이루어진다.


* 핵심 운동 (The Reps): 마음이 방황할 때마다, 부드럽게 되돌아오는 것


명상의 목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진짜 운동은, 호흡에 집중하고 있던 나의 마음이 어느새 다른 생각으로 방황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Awareness)’, 그 생각을 비난하거나 따라가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다시 호흡으로 ‘되돌아오는(Returning)’ 바로 그 과정에서 일어난다.


마음이 방황했다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이 한 번의 사이클. 이것이 바로 전전두엽 근육을 키우는 가장 완벽한 ‘1회 반복(Repetition)’이다.


우리가 헬스장에서 덤벨을 들어 올릴 때 근육이 성장하듯, 흩어진 주의를 다시 현재로 가져올 때마다 전전두엽의 신경망은 더 굵고 단단해진다. 그러니 명상 중에 생각이 많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오히려 더 많은 운동 기회를 얻은 것과 같다.


* 점진적 과부하 (Progressive Overload): 헬스장에서 무게를 늘리듯, 명상 훈련도 점차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처음에는 5분으로 시작해서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거나(지구력 훈련), 조용한 방에서 시작하여 점차 소음이 있는 버스 안이나 시끄러운 사무실 같은 곳에서도 내면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것(근력 훈련)이다.


이 ‘전전두엽 헬스장’에는 값비싼 기구나 특별한 재능이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그저 나의 호흡과, 매일 꾸준히 자리에 앉겠다는 작은 성실함뿐이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 틈, 선택, 그리고 새로운 자유


그렇게 현명한 왕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힘을 되찾고, 마침내 왕좌로 귀환했을 때, 내면의 왕국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 나라는 평화롭고, 질서 있으며, 무엇보다 ‘자유’가 넘치는 곳이 된다.


첫째, 왕은 파수꾼이 울리는 경보와, 백성들의 행동 사이에 ‘틈’을 만든다. 더 이상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왕은 경보 소리를 듣고도, 성급하게 군대를 움직이는 대신, “잠시 멈추어 상황을 파악하라”고 명령한다. 이 고요한 틈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동 반응의 사슬을 끊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을 되찾는다.


둘째, 왕은 폭주하던 도파민 엔진의 ‘방향’을 바꾼다. 그는 더 이상 엔진이 제멋대로 쾌락을 향해 질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대신, 왕은 그 강력한 에너지를 ‘성장’과 ‘창조’, ‘건강한 관계’와 같이, 장기적으로 왕국 전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현명하게 지시한다. 충동은 더 이상 파괴적인 힘이 아니라, 왕국을 건설하는 강력한 자원이 된다.


셋째, 왕은 파수꾼을 해고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충성심을 이해하고, 그를 따뜻하게 ‘통합’한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파수꾼은 더 이상 불안에 떨며 거짓 경보를 울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진짜 위협이 나타났을 때만 제 역할을 하는, 믿음직한 안보 책임자가 된다.


이것이 명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충직한 파수꾼(편도체)을 그의 자리에 편안히 머물게 하고, 현명한 왕(전전두엽)을 본래의 왕좌에 앉게 하는 것. 그리하여 내 안의 모든 시스템이 조화롭게 제 역할을 하는, 균형 잡힌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고요한 혁명은, 호흡과 알아차림이라는 가장 단순한 실천 위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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